칼릴 지브란, 강은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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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대들 괴로워 태어남을 고통이라 부르고 육신으로 살아감을 그대들 이마에 씌어진 저주라 일컫는다면 내 감히 대답하리라, 그대들 이마에 흐르는 땀만이 그 저주를 씻어 줄 것이라고.

그대들은 또한 삶은 암흑이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리고 피로 속에서 그대들 또한 지친 자들의 그 말을 되풀이한다.

허나 내 말하노라, 강한 충동이 없을 때야말로 삶은 진실로 암흑이라고.

그리고 또한 모든 충동이란 깨달음이 없을 때엔 쓸모없는 것이라고,

그리고 또한 모든 깨달음은 노동이 없다면 헛된 것,

그리고 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다면 공허한 것임을.

그대들 사랑으로 일한다면 그대들은 스스로를 스스로에게로 귀속시키는 것이며, 그리고 서로서로, 마지막엔 신에게로  귀속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으로 일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대들 심장에서 뽑아낸 실로 옷을 짜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입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애정으로 집을 짓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살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자비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거두어 들이는 것,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그 열매를 먹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또 그대들이 형상짓는 모든 것에 그대들만의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 곁에는 언제나 모든 복받은 죽음들이 서서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가끔 그대들이 잠꼬대인 양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대리석을 쪼으며 일하는 이, 그리하여 돌 속에서 제 영혼의 모습을 찾아내는 이는 흙을 가는 이보다 고상한 법. 또 무지개를 잡아 헝겊 위에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이는 신발을 만드는 이보다 고상한 법'이라고.

허나 내 잠속에서가 아니라 활짝 깨어 있는 한낮에 말하노라, 바람은 커다란 참나무에게라고 해서 하찮은 풀잎에게 보다 더 다정하게 속삭이지는 않는다고.

그러므로 바람소리를 자기만의 사랑으로 보다 부드러운 노래로 변화시키는 이, 그만이 홀로 위대하다고.

노동이란 보이게 된 사랑.

그대들 만일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다만 혐오로써 일할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대들은 일을 버리고 신전 앞에 앉아 기쁨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나으리라.

왜냐하면 그대들 만약 냉담하게 빵을 굽는다면, 인간의 긂주림을 반도 채우지 못할 쓴 빵을 구울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대들 원한에 차서 포도를 짓이긴다면, 그대들의 원한은 포도주 속에 독을 뿜으리라.

또한 그대들 천사처럼 노래할지라도 노래함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낮의 소리 밤의 소리에 대하여 인간을 귀멀게 하는 것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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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따끔한 죽비같은 글.

청소, 밥하기, 빨래 같은 노동에 가치를 부여 못하는 나. 맨날 똑같은 일 되풀이에, 주부는 시지프스의 저주에 걸린 자들이라고 불평하는 나.

 '만일 그대가 무관심 속에서 빵을 굽는다면 그대는 인간의 배고픔을 반밖에 채우지 못하는 맛없는 빵을 구울것이기에.'-찔린다.

순간순간 사랑으로, 성실하게, 깨어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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