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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 양장본
이문열 지음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방랑시인 김삿갓 - 이 이름 자체만 들어도 자유의 냄새가 풀풀난다. 일단 '방랑'이라는 단어는 웬지 탈선의 느낌이 들고, 자유의 느낌이 든다. '시인'이라는 단어를 보아도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낭만을 알고 자유를 아는 그런 존재인것 같다. 그리고 김삿갓. 한자로는 김립(金笠)이라고 하는데 삿갓이라는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조부가 역적이라는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차단하는 존재? 자신의 얼굴을 알리지 않고 오직 시로써 세상에 알리겠다는 의지? 아마 여러가지 뜻이 내포에 있을것이다. 하지만 삿갓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는 김삿갓의 모든 내면의 고뇌를 알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문열의 작품에는 자신의 개인사가 묻어 나있다. 아마 자신의 아픈 개인사가 그를 대작가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영웅시대>에서는 이데올로기, <젊은날의 초상>, <변경>에서는 자신의 모습. 이문열님 께서 왜그리도 80년대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을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詩人>을 읽어보고 조금이나마 짐작을 가능케 했다.
<詩人>은 김삿갓의 평전이다. 시인의 평전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방랑시인 김삿갓.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흔한 소제이다. 그의 일대기는 이미 소설로 나와있지만, 웬지 김삿갓의 본질을 꿰뚫은 소설은 없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문열의 <詩人>은 시중에 나와있는 설화를 바탕으로한 김삿갓의 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설화에 대한 내용을 많이 삽입하지 않았고, 작가는 관찰자 시점으로 김삿갓을 탐구하였고, 그 시대를 탐구하였고, 詩에 대해 탐구하였기 때문에 이 소설은 다른 어떤 김삿갓 소설과는 다르다.
이문열의 <詩人>은 일단 지루하지가 않다. 여러개로 이야기가 나뉘어져서 번호를 붙여놓았지만, 이것때문에 더욱 부담없이 읽을수 있었던것 같다. 읽기전에는 이문열이라는 작가가 웬지 시에대해 어려운 한자어를 쓰면서 해석이다 뭐다 하면서 장황할줄 알았지만 이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김삿갓의 설화에 치중하지 않고 작가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김삿갓을 탐구하였다. 그의 재미있는 설화가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오히려 김삿갓의 본질을 아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가는 김삿갓의 시를 3부분으로 나뉘고 각부분의 시를 탐구하였는데,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심있게 읽은것 같다. 하루만에 다 읽는것을 후회할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분량이 너무 짧은것도 아쉬운점으로 남는다.
소설 마지막의 장면이 떠오른다. 김삿갓의 아들 익균이 이제는 아버지가 아닌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장면인데, 느끼는 감동은 뭐라고 형언할수 없을만큼 찡해옴을 느낄수 있었다. 아마 이번 겨울방학중 읽은책중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