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여섯 기둥 - 어떻게 나를 사랑할 것인가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 교양인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자존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몸살이 난다면, 

자꾸만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부정적인 생각에 골몰한다면, 사랑받지 못할까 두렵다면, 

아니, 그냥 더 행복해지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요구하는 것은 행동이다. "자기(self)는 포기하거나 부정당해서는 안 되며, 실현되고 축복받아야 한다."

(...) 이 책은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존감이란 이렇게 정의된다. 

"자존감은 자신이 삶에서 마주하는 기본적인 도전에 맞서 대처할 능력이 있으며, 행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내적 경향이다." (p61)


자존감이 높고 낮음에 따라 어떤 특성을 보이게 되는지를 열거하면 끝도 없다.

그냥 나쁜 것은 다 자존감이 낮아서이고, 좋은 것은 자존감이 높아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둠은 어둠을, 빛은 빛을 불러들이"듯(p30), 건강한 자존감은 좋은 관계를, 그렇지 못한 자존감은 해로운 관계를 맺게까지 한다니, 

자존감의 영향력은 끝없는 순환구조를 지닌 듯하다. 

문제를 느낀다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관계에 실패하는 원인은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의 꿈이 본질적으로 불합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꿈을 지탱할 만한 자존감이 없는 탓이다." (p33)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지금은 작고한 1930년대생 작가가 1994년에 쓴 책이라는 게 감탄스러울 정도다. 

32쪽부터 38쪽까지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사랑법" 역시 기막히다. 

사랑이 실패할 거라는 불안에 휩싸인 나머지 그것을 자초하고, 그 현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이 입증되었다며 만족하게 되는 것.

"행복에 대한 불안" 역시 인상깊다. 

질투를 두려워 하며,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골몰하는 사람들. 

"행복은 그저 환상에 불과해. 모두 행복하지 않은데 왜 내가 행복해야 해?" (p37)


물론 타인을 향한 "파괴적 질투"(p39)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자존감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존감은 높거나 낮거나 모두 자기 충족적 예언을 낳는다." (p43)

"자기 개념은 운명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개념은 운명이 되기 쉽다." (p44)

"낮은 자존감은 행복과는 정반대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p47)


저자는 긍정적 자존감을 "의식의 면역 체계"(p49)라고 설명한다.

또한, "지나치게 건강하거나 지나치게 강한 면역 체계"란 없듯, 과도한 자존감은 없다고 단언한다. 

과시, 자랑, 오만 등은 오히려 자존감의 결핍을 의미한다는 것.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 행복을 감당할 수 있는 용기이다. 이 용기는 행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행복이 자신을 파괴하지 않으리라는 (그리고 행복이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pp37-38)


자존감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지만, 그러나 많은 것을 실현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세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므로 삶의 선택지가 어느 때보다 다양하다는 현실 진단은 지금의 한국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자존감 욕구는 더 절박해진다"(p57)는 결론을 거부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자존감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여섯가지 실천 방법이 나온다.

기본 교과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인상깊은 책이다. 


책은 이렇게 끝난다. 

"이러한 헌신에 필요한 에너지는 오직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데서 나온다.

 이 사랑이 바로 미덕의 출발점이다. 삶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지닌 최고의 열망, 가장 고귀한 열망을 위한 발판이 된다. 또 이것은 여섯 실천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이것이 바로 자존감의 일곱 번째 기둥이다."(p481)


<자존감의 여섯 기둥 - 너새니얼 브랜든(나다니엘 브랜든), 김세진 옮김/ 교양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하이페리온 - Egon Schiele
에곤 쉴레 지음, 신희원.정석복 옮김 / 미디어아르떼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그의 작품이 불편했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그림, 손발이 잘린 듯한 모양, 유독 별나게 그려진 나신. 

문득 궁금해졌다.

왜 그는 이런 그림을 그려야했을까.


"그의 작품은 불안정한 인간의 욕망을 긴장감 있게 그린 것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앞서 있는 그의 주제는 그 시대의 미술평론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였다. 그가 만들어낸 노골적인 성 표현은 일반인들에게는 불쾌함 그 자체였다. 급기야 그는 유아 유괴혐의와 음화 제작 혐의로 체포당한다.

 오스트리아는 예술작품의 가치와 예술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예술가가 체포당한 일은 예술적 열의와 자부심(또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던 에곤을 예술가에서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옥중일기는 그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했는지 보여준다. 

수감 생활 자체의 고역은 물론, 예술가로서의 에곤 쉴레를 드러내기도 한다.


간수가 명령한 청소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요구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일 때문에 행복했다. 그냥 바쁘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그는 손톱이 부러지고, 팔다리가 아플만큼 열심히 하여,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낄 정도가 되어 간수를 기다렸으나,

간수는 침을 뱉고 그를 치욕에 빠뜨린다.

세상의 모든 고문은 서로 약속한 바가 있는 걸까.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치욕에 빠뜨리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악한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렇게 악한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나는 형을 선고받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왜 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면서 나에게 벌을 주기를 바라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


그럼에도 그 수렁에서도 기쁨을 찾아낸 에곤 쉴레.


"나는 감옥 안의 간이 침대에 그림을 그렸다. 더러운 회색 담요들의 한가운데에서 V가 내게 가져다 준 불타오르는 하나의 오렌지는 방 안에서 단 하나의 밝은 빛이었다. 이렇게 작은, 색깔이 영롱한 한 개의 점은 나에게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원초적으로 신은 영원하다. 인간은 그를 부처, 조로아스터, 오시리스, 제우스 또는 예수라고 부르며 이들 신 다음으로 가장 신적이며 신과 같이 무한한 것은 예술이다. 예술은 현대적이라고 할 수 없는데 예술은 원초적으로 영원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다름아닌 인간을 그렸다는데서, 

주제넘게 그를 향한 연민을 느낀다.


취향을 떠나, 울림이 있다. 강렬하다. 

그의 그림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술은 결코 이런 식으로 탄압받진 말아야 했다. 


<에곤 쉴레_ 세상의 하이페리온 - 에곤 쉴레 지음, 신희원·정석복 옮김, 김기태 엮음/ 미디어아르떼MediaArt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 나면 "긍정이 온몸에 녹아들어서 아무리 괴로운 일이 닥쳐도 어쩔 수 없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일단, 성공하신 것으로!


"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p17)


나는 쪽팔린 게 참 많은 사람이니, 일단 저 이론을 믿어보기로 한다. 긍정적으로.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에잇, 그럴 거면 차라리 보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현재에 충실했던 것 같다"(p20)는 작가. 


"인생이 예순부터라면, 청춘은 마흔부터다. 마흔 살까지는 인생 간 좀 보는 거고, 좀 놀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오리엔테이션에나 참가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p23)


감탄사 절로 나온다. 오호,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p73)


2011년에 출간된 책이다.

2011년이라. 얼마 지나지 않은 것만 같은데, 시간을 헤아려보면 꽤나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스티브 잡스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p195)는 대목에선 왜 괜히 뭉클한지.

저자가 책을 쓰고, 그 책이 내게 오는 동안,

그는 갔습니다, 아아, 그는 갔습니다.


동시대에 쓰여지고 출간된 에세이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주 훌륭한 고견을 발견해도 좋고, 발견하지 않아도 좋다.

이 시대를 함께 숨쉬고 살아간다는 공감대를 발견하고, 슬며시 웃음 짓거나, 하하호호 웃을 수 있어도, 

매력 만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문화 여행 : 베트남 세계 문화 여행
제프리 머레이 지음, 정용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인 가이드북을 생각해선 곤란하다. 

지리적 정보는 물론, 베트남의 신화적 탄생 설화까지 설명하는 책이다. 


'거센 바다의 용왕' 락 롱 꾸언과 '높은 산의 영생족'의 어우 꺼 공주가 부부가 된다. 

용왕과 공주의 결혼으로 양쯔강 하류부터 인도차이나반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왕국이 확장되고 번성했으나,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어머니와 자식의 반은 산(중국)으로 가고, 아버지와 나머지 반은 베트남을 세웠다는 전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탐욕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국은 베트남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려고 애써왔고, 베트남은 독립을 쟁취할 기회를 노렸다는 설명. 

그 후 프랑스, 미국의 야욕에도 나라를 지켜와야 했던 곳, 베트남이다. 


베트남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는 물론, 아시아를 바라보는 서양인의 관점을 함께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서구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나이 세는 관념(온 나라 사람이 1월 1일에 한 살을 먹는 방식),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설명은,

내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아시아 국민들은 대부분 노래를 잘하고 애창곡도 꽤 많다." 라고. 

아시아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창곡을 만들어야 했다니, 흥미롭기도 하다. 


젓가락질에 얽힌 저자의 경험담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젓가락으로 음식을 쿡 찌르는 행동도 해선 안 된다. 최대한 노련한 솜씨로 재빨리 음식을 집어야 하지만 기름진 음식은 미끄럽기 때문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런 음식이 나왔다면 젓가락을 가져다 대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궁리를 해보는 게 좋다."


씁쓸한 부분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인맥 형성을 잘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사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항상 이런 형태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인맥을 중시하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이 사업과 무관한 인맥이라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영향권에 있던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우리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도,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베트남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소득이지만, 이방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사람일도 이와 같지 않나 한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를 알게 되고, 나를 알게 된다. 


여행을 준비할 땐 가이드북도 좋지만,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할 수 있는 이런 책도 유용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이 아니라 온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함이 당연하다.


일상의 혐오와 모멸감이 넘쳐나는 사회를 개선하는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각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은 당연지사.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모색해야 한다.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는 자존감의 문제가 단지 개인의 일이 아님을 잘 설명하고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존감으로 환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왜 자존감이 문제가 되었는지, 한국의 자본주의가 어떤 식으로 잘못된 정신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는지, 

우리는 이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개인적인 차원의 사고 개선의 필요성과 그 방법도 말하고 있지만,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일 것이다.

저자는 나의 자존감을 손상시키는 실체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존감을 정상화시키는 첫걸음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거듭 강조했듯이, 사람의 가치는 사회적 쓸모, 사회에 대한 기여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자신을 올바른 사회적 가치로 평가할 수 있어야 자존감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결국, 세상은 변화해야 하고, 우리 모두는 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가닿는다.

이 책 역시 그 변화를 위한 저자의 노력으로 볼 수 있을 테다. 

독자에게 숙제를 내주는 책이다. 일상에 혐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주제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