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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 여행 : 베트남 ㅣ 세계 문화 여행
제프리 머레이 지음, 정용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인 가이드북을 생각해선 곤란하다.
지리적 정보는 물론, 베트남의 신화적 탄생 설화까지 설명하는 책이다.
'거센 바다의 용왕' 락 롱 꾸언과 '높은 산의 영생족'의 어우 꺼 공주가 부부가 된다.
용왕과 공주의 결혼으로 양쯔강 하류부터 인도차이나반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왕국이 확장되고 번성했으나,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어머니와 자식의 반은 산(중국)으로 가고, 아버지와 나머지 반은 베트남을 세웠다는 전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탐욕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국은 베트남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려고 애써왔고, 베트남은 독립을 쟁취할 기회를 노렸다는 설명.
그 후 프랑스, 미국의 야욕에도 나라를 지켜와야 했던 곳, 베트남이다.
베트남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는 물론, 아시아를 바라보는 서양인의 관점을 함께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서구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나이 세는 관념(온 나라 사람이 1월 1일에 한 살을 먹는 방식),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한 설명은,
내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아시아 국민들은 대부분 노래를 잘하고 애창곡도 꽤 많다." 라고.
아시아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창곡을 만들어야 했다니, 흥미롭기도 하다.
젓가락질에 얽힌 저자의 경험담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젓가락으로 음식을 쿡 찌르는 행동도 해선 안 된다. 최대한 노련한 솜씨로 재빨리 음식을 집어야 하지만 기름진 음식은 미끄럽기 때문에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런 음식이 나왔다면 젓가락을 가져다 대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궁리를 해보는 게 좋다."
씁쓸한 부분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인맥 형성을 잘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사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항상 이런 형태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인맥을 중시하는 것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이 사업과 무관한 인맥이라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 영향권에 있던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우리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도,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베트남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소득이지만, 이방인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사람일도 이와 같지 않나 한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를 알게 되고, 나를 알게 된다.
여행을 준비할 땐 가이드북도 좋지만,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할 수 있는 이런 책도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