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떡볶이 레시피 위픽
윤자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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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신과 근육으로 다져진 조직인생을 살던 기철은 살인죄를 덮어쓰고 수감되어 16년만에 출소한다. 그 사이 세상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다. 형제들은 연락을 끊은 지 오래였으며 이제는 할머니 나이가 되어버린 엄마만이 두부를 들고 기철을 마중한다.

엄마는 기철의 어린시절부터 분식집을 꾸려왔으며 벌써 40년째 가게를 열고 있다. 긴 시간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일하는 엄마. 한 접시에 여전히 3천원을 받는 가게는 접고 호프집-이라고 말은 했지만 티켓다방이나 할 생각-을 하자고 엄마에게 제안했다가 미친놈 소리만 듣는다.

가게에는 상혁이라는 학생이 거의 매일 찾아와 떡볶이를 먹고 시간을 보내며 있다가 돌아갔다. 상혁이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아이었다. 비슷한 말, 같은 말, 들은 말을 반복하는 그를 저능아라고 했다가 엄마에게 혼난다. 엄마는 이상한 건 기철이 너라고, 상혁이는 특별한 아이라고 이야기한다.

핸드폰을 사게 돈을 달라고 하니 떡볶이 가게에서 일을 도우라고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며. 일을 조금씩 돕는데 안하던 일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 단란주점에서 동네 노인들이 마시고 간 술 외상값을 받아오는 일을 시작한 기철. 이전과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가 엄마가 쓰러졌다는 상혁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위픽에 딱 어울리는 분량과 내용과 소재와 목적 달성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전직 조폭과 할매의 떡볶이와 자폐스펙트럼의 중학생이 어우러지는 단편드라마 한편을 바로 본 기분. 머릿속에 장면 장면이 동동 떠다닌다.

제목을 보고 상상한 내용과 살짝 다른 이야기였으나 전개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뻔할 수도 있는 결말을 보고 마지막에 또 코가 찡.. 책을 읽다가 우는 것은 최근 자제해 왔는데 뒤에 남은 작가의 말을 읽다가 또 울컥했다. 작가님은 책에 나오는 상혁이와 비슷한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이를 키우고 계셨다. 너무나도 솔직한 작가의 말에 내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찌보면 상혁도 기철도 사회에서는 그다지 사람들에게 환대받거나 가운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사람은 그 쓰임이 있어서 태어났음을 안다. 상혁이가 가진 귀한 기억력은 상혁이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다. 어쩌다보니 조직세계에 끌려들어가 어쩌다보니 누군가의 죄를 덮어 쓰고 살다 나온 기철이도 그럴 것. 단단한 단호박을 쑥쑥 썰어내려가는 기철의 팔뚝도 다 쓰임이 있다. 세상 모든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짧은 소설로 제대로 긴 여운을 얻었다.

읽으면서 단호박을 끓여 고추장을 넣고 만든 떡볶이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사실 제목에 떡볶이가 들어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다 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 처음에 위픽시리즈를 보고 '이중에 몇권이나 읽게 될까?' 생각했던 마음을 '가능한대로 많이 읽어보자'로 바꾸게 됐다. 책태기엔 위픽시리즈를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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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지음 / 비룡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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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악마와 인간을 두고 내기를 합니다. 애시당초 이길 수 없는 베팅이였죠. 신은 모두를 구원하고 악마만을 버려두었습니다. 악마는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모습이 되어 살아갑니다.

길을 가던 소녀가 우연히 뒤를 돌아본 것을 계기로 떠돌이 개의 모습을 한 악마와 소녀는 친구가 됩니다. 서로의 비밀을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둘은 온갖 장난과 짖궃은 행동을 하며 세상을 누빕니다. 무서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는 둘에게는 웃음만이 추억으로 기억으로남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인간인 소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악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소녀는 나이가 들어 노파가 됩니다. 둘이서 함께한 기억들도 하나 둘씩 잊어가려고 합니다. 악마는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악마는 소녀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금지된 마법을 쓰기로 합니다. 그렇게 악마개가 찾아낸 구겨진 소녀의 기억들은... 그리고 소녀가 신과 내기를 하며 빌었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많은 어른들을 울게 만들었던 「#긴긴밤」 의 작가 루리님의 새 작품이 그래픽 노블의 형태로 찾아왔습니다. 책은 둘의 이야기부터 개의 이야기, 소녀의 이야기, 다시 둘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마음을 두드립니다. 글도 그림도 너무 좋아서 몇번을 반복해 읽었어요. 둘이 하는 장난들은 웃음이 피식 나오게 귀엽고, 시간이 지나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눈물이 핑 돌고 맙니다.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조용한 소녀와 신도 버린 외로운 악마개. 서로가 구원이었던 이 관계에서 인간의 소멸을 지켜보는 마음은 악마의 어떨까요? 인간은 결국 기억을 잃어가고 잊어가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개가 인간이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은 인간을 구원했고, 인간은 악마를 구원했고, 그래서 악마는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그래서 소녀는 내기에서 이기고 싶었을까...

루리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오랜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했어요. 기억이 사라져가는 어머니와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친구와, 아주 작은 기억들까지 붙잡고 또 붙잡으려는 친구의 어머니 이야기를요. 결국은 기억을 잃었다는 비극으로 맺음하는게 아니라 작고 새로운 기억들까지 다시 쓰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요. 작가님은 오랜친구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저는 그 친구가 작가님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해 보았어요.

「긴긴밤」에서도 느꼈지만 루리 작가님이 보여주는 그림과 글 속에서 서로 맞잡은 손, 같이 걸어가는 발걸음, 마주보는 눈의 힘은 아주 크고 강한 것임을 느껴요. 캄캄한 어둠을 비추는 것이 작은 불빛 하나일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등불이 되어준다면 세상이 차갑지만은 않을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비룡소 서평단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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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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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나는 미술심리치료와 관련된 강의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첫 수업에 들어갔는데 송혜교 사진을 한장씩 쭉 주면서 따라서 그려보라길래 부족한 실력으로 열심히 그렸지. 물론 나의 완성된 그림은 전혀 송혜교와 닮지 않았음은 분명한 일이고요. (ㅋㅋㅋ)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렸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딱히 송혜교 같은 사람은 없었던게 웃음포인트...

강의를 맡은 선생님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잘 들여다보라고 했다. 여러분은 송혜교를 그렸지만 사실은 여러분의 그림은 다들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으잉? 다시 보니 진짜 그렇네. 송혜교는 전혀 안 닮고 나는 좀 닮은 것 같고... 선생님 왈 은연중에 사람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의 모습과 닮게 그리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했다. 오오? 그럴싸한걸?

그 강의를 좀 더 들어볼까 하다가 중도 포기한 이유는 갑자기 어떤 카페에 가입을 강요하더니 본인만 잘 따라오면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을 금방 따게 해준다는 말에 그만... (물론 큰돈 내야했음) 갑자기 악재를 맞은 주식처럼 짜게 식은 내 마음이여... 그 이후로 어쩐지 미술심리치료 라는 것에 신빙성이 있나? 하는 의심을 품고 살았지. 뭐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뚜레 아녀...?

그때 내가 이 책을 봤더라면! 굳이 수강료 안 내도 됐을걸. 크크크... 아 그땐 이 책이 없었지... 헿...

'미술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김선현 교수님의 미술테라피 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글을 어쩜 이렇게 잘 쓰실까? 교수님이 해주는 말이라기엔 옆집 언니가 해주는 삶의 조언처럼 따뜻하다. 마냥 위로해주는 것은 아니고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격려한다. 그림도 같이 한장씩 보여주면서. 그림에 나오는 인물이 상황이 배경이 어떻다는 걸 설명해주는 게 아니다. 그냥 슬쩍 가져다 보여주는 느낌이라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글에 넘어간게 1차 그림에 넘어간 것이 2차... 그러다가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그림들에 꽂힌 것이 3차... 엠비티아이 맞춤처방에 꽂힌게 4차.. #몇차까지달릴까요

내가 힘들고 지칠때 이 책에 기대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가 왔을 때, 학교다니면서 뭔가가 힘들때, 군대에 가거나, 이후 청년기를 맞이하며, 그리고 외롭거나 고통스러운 순간 순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길지 않은 챕터를 한 꼭지씩 읽어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이 책을 읽고 지금 새벽에서야 덮고 나니 마음이 땃땃해진다. 스팀다리미로 마음을 쭉 한번 다린 듯이 뽀송하고 촉촉하다. 가끔 마음이 구겨진 것 같은 날 또 펼쳐봐야겠다.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p.57 힘들면 바닥을 보고 걸어도 돼요. 왜냐하면, 바닥에도 그림이 있거든요.

p.157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 아니 그 사람이 되어 보기 전까지 완전한 '이해'라는 걸 할 수가 없어요.

#날지않는꿈도괜찮아 #김선현교수 #베가북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미술테라피
#미술치료 #자기계발 #데이비드호크니 #에드워드호퍼 #김선우작가 #콰야 #아담핸들러
#새로운그림을발견하는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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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를 사랑해
이누이 사에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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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순간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었고 기뻤고 슬펐던 모든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걸음마를 했을 때,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갈 때, 친구와 다투고 울음을 터뜨릴 때, 자전거 바퀴를 스스로 굴렸을 때, 서투르지만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썼을때... 이야가하자면 끝도 없을 그 모든 순간들에 이 책이 함께한다면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펼쳤어요.

<리브로 그림책 대상>, <미라이야 그림책상 2위상> 을 수상한 책 답게 작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세밀하고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요. 옆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응원과 사랑의 말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때로는 속상하고, 때로는 너무나도 슬프고,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순간 순간에 이 책에 나오는 다정한 문장들은 그냥 한번씩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거에요.

생각해보니 열 두살 첫째가 좀 더 어렸을 땐 이런 말을 종종 건네곤 했죠. 그런데 지금은 첫째가 다 큰 것 같다는 이유로 아이가 속상함이나 화가 나는 걸 표현하면 그 이면의 감정을 읽어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기같기만 한 여섯 살 둘째는 아직은 말보다 눈물이, 떼가 앞서곤 하죠. 이 책이 필요한 순간이 아주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받은 순간부터 종종 읽어줬습니다. 어느 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순간은 상황에 맞는 부분만 펼쳐서, 어느 순간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지는대로요. 아무 곳이나 펼쳐도 귀여운 그림과 마음을 다독여주는 메시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읽어주고 또 읽어주다 보니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이자 어른인 나와 또 다른 어른들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모든 메시지들이 어른인 나를 위로하고 있는 거에요.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나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해준다고 생각하고 읽으니 마음이 얼마나 말랑말랑해지는지요. 어쩌면 아이를 낳고 여러가지 육아서와 양육지도서를 읽어가며 우리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주기 위한 노력은 참 많이 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노력한만큼 제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은 안 했던 거죠. 안겨 있는 작은 동물들에게 제 마음을 많이 이입해서 읽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나에게 말해줍니다. 언제나 네가 애쓰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한 사람이라고. 매일 매일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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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믿어요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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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외계인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외계인은 나에게 백 일 동안 하루 한 편씩 맘에 들만큼 아주 재밌는 영화를 권해달라고 이야기했고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내가 사는 도봉구와 전 지구를 멸망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나의 생사여탈권, 아니 전 지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외계인의 '맞춤형 출발 비디오여행'스러운 발단이다.

외계인이 수많은 집에서 왜 나를 찾아왔는가. 가장 꼭대기 집이라서 우리 집을 골랐다는 외계인의 말에는 오류가 있다. 우리 집은 꼭대기층의 바로 아래 층이기 때문. 외계인은 왜 탑층인 15층을 택하지 않고 14층에 사는 나를 찾아온 것인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15층 1호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내가 고르고 고른 탑층의 바로 아래층에서 나는 상당기간 조용하고 행복했다. 그러나 재작년 어느 날 위층에 누군가 이사를 온 이후로 그 평화에 문제가 생겼다. 언젠가부터 잠이 들만한 자정 무렵부터 새벽의 가운데까지 시작된 콩콩콩콩 하는 소리는 한번 열린 나의 귀를 점점 더 크게 열었다. 위층을 찾아가보니 절대 초인종을 누르거나 찾아오지 말라는 무서운 메모와 경고가 붙어 있고, 관리실에서도 1501호에서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고 해서 연락을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도 나를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데도 소음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상당한 불운이 아닌가.

나는 1501호에 사는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밤마다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렸으며, 아파트 주민과 관리실에서 얻어걸린 정보로 1501호 거주자가 식당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느 식당인지 알아내서 상대방을 만나서 이야기 할 것이다. 내가 층간소음으로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식당을 찾아간 순간 나는 이 싸움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만났던 어떤 사람에 대해서. 내가 찾는 사람인지 누구인지 이 사람인지 아닌지가 결국은 중요하지 않게 만들었던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발 비디오여행을 제작하는 외계인으로 시작된 이 책은 갑자기 냉면을 먹고 싶게 하기도 하고, 한때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던 나를 생각나게 하고, 누군가와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손을 잡던 순간들을 생각나게 하고, 그래서 결말까지 나에게는 너무나 완벽한 책이었다. 참 마음에 들기 때문에 오히려 리뷰를 쓰는데는 주저했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책 속에 군데군데 묻어있는 지난 책들의, 음악들의 흔적들이 반갑고 기뻤다. 제목을 보자마자 자연스레 떠오르는 동명의 노래. 이 책을 잡아들면서부터 하루에 몇십번씩 반복해서 들었다. 그냥 그 노래가... 듣고 싶었다. 지난 <2인조>에서 처음 발견했던 '생사여탈권' 이라는 단어를 다시 발견했고, 이런 이런 한 사람을 마음에 둔 게 큰일이라는 문장은 노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했다. 그 노래와 책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지금도 어디에서든 '보통'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게 되버린 나에게 이 책은 너무 좋음을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아 그냥 별이 다섯개... ★★★★★

언제나 이석원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치 마음에서 손으로 왕창 끄집어 낸 것처럼 표현하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즈므집 냉면이라도 열 그릇 사주고 싶은 심정이라구요.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여도 모자라고 또 모자라서, 그냥 손에 잡힐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으면서, 그냥 또 책을 내 주셔서 고맙다는 말 밖에는 더 할 말도 없다. 이 책에 작가님의 생사여탈권이 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또 당분간 나는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자. 여기 이석원 작가님의 생사여탈권2야. 한번 읽어 볼래?"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펴면 줄줄줄 잘 읽히는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르겠다. 진짜 작가님이 겪었든 겪지 않았든 혹은 일부만 겪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끝을 생각하며 망설이거나 걱정하거나 두려웠던 마음들은 버리고 순간을 믿는 마음으로 살자. 결국 내가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내 옆에 있었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금은 '지금'이라는 철 지난 명언들을 다시 생각해 볼 것. 지나온 시간도 다가올 시간들도 결국은 다 순간을 위해서 존재했고 존재할 것. 네, 알겠어요. 저도 순간을 믿어요.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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