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신과 근육으로 다져진 조직인생을 살던 기철은 살인죄를 덮어쓰고 수감되어 16년만에 출소한다. 그 사이 세상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다. 형제들은 연락을 끊은 지 오래였으며 이제는 할머니 나이가 되어버린 엄마만이 두부를 들고 기철을 마중한다. 엄마는 기철의 어린시절부터 분식집을 꾸려왔으며 벌써 40년째 가게를 열고 있다. 긴 시간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일하는 엄마. 한 접시에 여전히 3천원을 받는 가게는 접고 호프집-이라고 말은 했지만 티켓다방이나 할 생각-을 하자고 엄마에게 제안했다가 미친놈 소리만 듣는다. 가게에는 상혁이라는 학생이 거의 매일 찾아와 떡볶이를 먹고 시간을 보내며 있다가 돌아갔다. 상혁이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아이었다. 비슷한 말, 같은 말, 들은 말을 반복하는 그를 저능아라고 했다가 엄마에게 혼난다. 엄마는 이상한 건 기철이 너라고, 상혁이는 특별한 아이라고 이야기한다. 핸드폰을 사게 돈을 달라고 하니 떡볶이 가게에서 일을 도우라고 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며. 일을 조금씩 돕는데 안하던 일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 단란주점에서 동네 노인들이 마시고 간 술 외상값을 받아오는 일을 시작한 기철. 이전과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가 엄마가 쓰러졌다는 상혁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위픽에 딱 어울리는 분량과 내용과 소재와 목적 달성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전직 조폭과 할매의 떡볶이와 자폐스펙트럼의 중학생이 어우러지는 단편드라마 한편을 바로 본 기분. 머릿속에 장면 장면이 동동 떠다닌다. 제목을 보고 상상한 내용과 살짝 다른 이야기였으나 전개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뻔할 수도 있는 결말을 보고 마지막에 또 코가 찡.. 책을 읽다가 우는 것은 최근 자제해 왔는데 뒤에 남은 작가의 말을 읽다가 또 울컥했다. 작가님은 책에 나오는 상혁이와 비슷한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아이를 키우고 계셨다. 너무나도 솔직한 작가의 말에 내 마음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찌보면 상혁도 기철도 사회에서는 그다지 사람들에게 환대받거나 가운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사람은 그 쓰임이 있어서 태어났음을 안다. 상혁이가 가진 귀한 기억력은 상혁이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다. 어쩌다보니 조직세계에 끌려들어가 어쩌다보니 누군가의 죄를 덮어 쓰고 살다 나온 기철이도 그럴 것. 단단한 단호박을 쑥쑥 썰어내려가는 기철의 팔뚝도 다 쓰임이 있다. 세상 모든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짧은 소설로 제대로 긴 여운을 얻었다. 읽으면서 단호박을 끓여 고추장을 넣고 만든 떡볶이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사실 제목에 떡볶이가 들어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다 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 처음에 위픽시리즈를 보고 '이중에 몇권이나 읽게 될까?' 생각했던 마음을 '가능한대로 많이 읽어보자'로 바꾸게 됐다. 책태기엔 위픽시리즈를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