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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정리 해부도감 - 정리수납의 비밀을 건축의 각도로 해부함으로써 안락한 삶을 짓다 ㅣ 해부도감 시리즈
스즈키 노부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4년 3월
평점 :
집 정리가 안 되는 건 인테리어나 가구 탓만은 아니었다. 설계만 잘 되어 있어도 동선이 줄어들고 생활이 물 흐르듯 편리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관엔 보통 신발장만 있다. 집에서 나갈 때야 이런 구조가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들어오면 외투를 벗어 걸고 가방도 두러 가야 한다. 신발장부터 옷장까지는 한참 걸린다. 신발장 곁에 외투용 작은 옷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즈끼 노부히로는 그런 공간 조금씩 응용해 보여준다. 개선되어 가는 평면도는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하다.
쓰레기, 재활용품을 둘 공간은 또 어떤가. 작가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혹은 사람 곁)에 두길 권하며 부엌 개수대 아래를 추천했다. 나도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개수대는 왠지 눅눅해서 그 아래 공간은 크지만 곧 버릴 비닐봉지만 넣고 있다. 재활용품은 나갈 때마다 버리려고 현관에 두는데, 깨끗함을 유지하긴 어렵다. 하지만 개수대 아래 문짝이 있어 그 안에 쓰레기를 모으다 자칫 방심하면 정말 쓰레기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고민이다.
거실 테이블에 대한 내용도 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것까진 좋은데, 커피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늘 불편했다. 마침 어제 무인양품에 갔다가 전시된 거실 테이블에 반한 참이었다. 그런데 커피잔 하나만 올려진 깔끔한 거실 테이블은 전시용이기에 유지할 수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는 노트북, 손톱깎이, 가위, 휴지, 책, 리모컨 등 온갖 잡동사니가 다 모이는 곳이라 한다. 작가는 차라리 거실 테이블을 없애고 소파 옆쪽에 커피잔을 둘 작은 상만 두기를 권한다. 잡동사니 모임도 없어지고, 넓은 공간을 만끽할 수 있단다. 다행이다. 큰 돈 굳은 느낌이다.
그 외에 자전거 보관 공간, 개를 키울 경우 현관에 개 발을 씻을 세면대 등의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집을 지을 때 본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이미 불편하게 지어진 작은 집에 사는 이상은 책을 참고해 머리를 짜 응용하는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된다.
더불어 센스있는 일러스트에 의외로 웃음보가 터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