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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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아버지께 줄곧 듣던 말씀이다. 학창시절 그 얘길 들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강남과 명동 거리에 외국인이 넘쳐나고 한류가 중동과 유럽까지 퍼지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저 말씀은 의외로 짧은 시간 안에 증명됐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는 각 궁궐과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 가장 한국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소들이 우연히 남아있던 건 아니었다. 버텨내고 지켜낸 곳들이었다. 이 책의 저자 정석 교수는 북촌 한옥마을을 보존하는데 오랜시간 애쓴 분이다.

전작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에 북촌 한옥마을을 어떻게 지켰는지 좀 더 자세히 나온다. <도시의 발견>에서는 전주 한옥마을, 서울 성미산 마을 등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마을 변신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변신이란 사람이 차에 압도당하지 않는 거리, 가게들이 밤에도 불을 환히 켜 집에 가는 길이 무섭지 않음은 물론 서로 인사하며 반겨 주는 마을로의 변신이다. 안전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면 각 개인들의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변신은 내 아이 위험할까봐 학교 앞 학원 앞까지 차로 태워줄 때 드는 부모의 시간, 기름값, 주정차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대신 아이들끼리 학교까지 마음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이미 내어져 있는 도로를 개인이 없앨 순 없다. 나라에서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마을을 바꾸기 위해선 투표도 잘 하라고 독려한다.

아파트 문제, 도시 문제에 대한 책들을 차례로 읽다보니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게다가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읽자마자 후속작 <도시의 발견>이 출시되어 운좋게 연달아 읽었다. 건널목을 건널 때 머리를 들이미는 자동차를 피하며 보행자 우선인데.. 불만을 가져본 분들,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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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 - 믿음에 갇힌 여자들
제럴딘 브룩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뜨인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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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여성들이 온 몸을 가리는 ˝차도르˝라는 천이다. 그것을 ˝스스로 썼나, 아니면 씌워졌는가˝ 는 혹시 기회가 되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외부인의 가벼운 호기심이기도 하지만, 비이실람이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실로 많은 비이슬람 국가에서 이슬람에 대한 몰이해로 히잡이나 차도르 착용을 규정상 금하여 그들에게 ˝답답한 천을 벗어날 자유˝를 주려다 ˝히잡을 쓸 자유˝를 요구당하는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이슬람하면 이 천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비단 외부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슬람인도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는 외국 여자를 보면 ˝왜 히잡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 이해에 핵심이슈가 되어버린 차도르. 그리고 그 천 안에 있는 여성. 이 책은 그 천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슬람 여인, 그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여인, 그 천 속으로 들어가려는 여인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슬람 종파가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라진 배경은 여성(아내 아이샤와 딸 파티마)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이 두 파는 골이 굉장히 깊다. 한때는 종파를 가를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던 여성들은 오늘날 완전한 약자가 되어 있다.

˝유엔의 세계 여성의 날에 참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대표는 모두 남성이었다.˝는 웃픈 일화는 이슬람국가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보수적인지 말해준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안 그런 여성이 더 많다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차도르로 온 몸을 가리고 다녀야 한다. 몸의 굴곡이 보이면 남자가 성적 유혹을 느낀다는게 그 이유다.
그렇다. 불합리하게도 차도르는 사막의 햇빛과 모래바람을 차단하는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부인을 너무 많이 들였고 그 부인들에 대한 추문이 일자 ˝예언자의 아내들은 커튼 뒤에 있게 하라˝는 계시를 받았는데 그 후 예언자의 아내 뿐 아니라 모든 여자들을 커튼 뒤에 있게 한 것이 차도르의 기원이다. 만약 햇빛과 바람을 차단해야 했다면 바깥 생활을 거의 안하는 여성보단 남성이 차도르를 착용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불합리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이슬람 국가 여성은 남자의 허락없이 일을 하거나 외출, 외박, 해외 여행을 할 수 없으며 잘못한 경우 남편에게 맞을 수도 있고, 외도와 같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판단되는 경우 여성이 살해당하는 일도 많다.

이런 일방적이며 폭력적인 사회에 대해, 이슬람 여성들은 불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이슬람 여성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그런 불합리한 전통을 옳다고 굳게 믿는다. 이것은 이슬람 사회의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변화시키는데 걸림돌이다.
예를 들면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온 몸을 가려야 하는 것을 나는 억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여성들은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것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온 몸을 차도르로 가린다고 한다. 굳이 이해해보자면 아마 우리나라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외출할 때와 비슷한 부끄러움이겠거니 짐작해 본다. 그러나 차도르 착용 외의 억압은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

책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내가 여성이므로 훨씬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남성이었다면 이 내용이 어땠을까를 종종 생각해봤다. 좀 상상하기 어렵긴 했지만 내가 남성이었더라도 이런 규칙들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무척 어려울 것 같다. 그 남자들은 여성을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말로 그 규칙을 정당화하지만, 이건 엄밀히 약자에 대한 억압이다.

여성에 대해 차단막과 은둔생활, 성기절제술을 받아들인 이슬람 문화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참 안전하고 온건하지 싶었다. 하지만 우리도 과거엔 닮은 면이 꽤 있었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쓰개치마로 몸을 가리고 다니거나, 첩을 들이는 것들이다. 요즘은 여성 혐오로 인한 살인이나 성폭력을 포함한 폭력이 눈에 띄게 보도된다. 그리고 여자의 처신 문제라는 후진적 사회인식이 만연하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당연해진 약자들의 자유는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시대를 막론하고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400여쪽이 되는 책을 읽다보면 지칠 법도 한데, 이 책은 뒤로 가면서도 계속 흥미롭다. 작가 제럴딘 브룩스는 유대교인데다 여성으로, 중동에서 기자를 하기엔 어려운 조건을 가졌다. 그러나 그 덕에 이슬람과 비이슬람의 대조를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한다.
작가는 취재하거나 경험한 것을 주제별로 풀어내고 있으며, 사설처럼 마지막엔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덧붙여 놓았다. 끝까지 끄덕이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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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란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페르시아인의 후예
석유
테헤란로
이슬람

보통은 이 정도가 아닐까.

<페르세폴리스>에선 한 여자아이를 통해 6~70년대 이란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머나먼 이슬람 국가라 낯설었던 그들의 삶은, 들여다보면 우리랑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특히 6-70년대에 흐르던 이념에 대한 긴장감과 서구 문물에 몰래 심취하던 그들과 우리 모습은 더 비슷했을 것 같다.

여성, 전쟁, 죽음, 이념 그리고 이슬람. 이란의 명랑한 꼬마 아가씨가 겪어내야 했던 시간들은 한없이 무거운 주제로 둘러싸여 있었다.

영화화되었음 좋겠지만 여건상 못만들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보고싶다.

참, 이 책은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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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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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평생을 아파트에 살았지만 아파트를 싫어했다. 높디 높아 산이나 하늘을 가리고, 주변 마을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특히 틀에 찍은 듯 동서로 길쭉한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들은,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답답하고 지저분하단 생각이 든다.
건축에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한 조상을 뒀으면서, 왜 이런 못난 구조물을 대량 생산하고, 그 안에 살지 못해 안달일까.

<아파트 한국사회>에 따르면 집을 사도 아파트를 사려는 건 일단 돈 때문이다. 오르는 집값으로 앉아서 돈 버는 신화가 30년 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에선 1960-70년대에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주거단지를 대량생산했다. 그 과정에서 투기를 방관했고, 오랜 세월 집값 폭등에 일조했다. 박근혜 정부도 집을 사도록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 좋을 사람은 집이 두채 이상인 사람이다. 올랐을 때 처분할 수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우리나라에 6%를 좀 넘는다고 한다.
집값이 오르면 임대료도 오르고, 물건 값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결국 집값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적어도 94% 의 사람들은 집을 사거나 더 큰 집으로 옮기기 힘들어지고,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은 정부에서 알리기를 꺼려한다. 인구가 적은 지역까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사이 대형 건축회사만 돈을 벌고 집이나 작은 건물을 짓는 중소기업은 거의 사장되었다.

그 외에도 작가는 다방면으로 아파트의 무엇이 문제인지 일반인들에게 정리해준다. 그 중 와닿는 다섯 꼭지만 뽑아보았다.

첫번째는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 단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획일적이고 주변과 어울어지지 않거나 너무 높은 모양새가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지, 이런 생각은 미처 못했다.
단지가 문제인 이유는 마을은 생태계처럼 주변 발전에 따라 주거지도 상점이나 오피스로 변화하기 마련인 반면 한번 대단지가 들어선 곳은 개인 마음대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가 들어서면 결국 재건축 외엔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은이는 단지를 해체하거나 잘게 쪼개기, 그리고 높은 담장 없애기, 저층부에 상가나 정원, 별채 만들기 등을 통해 외부와 단절되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어울리는 생태계의 일부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두번째는 ˝꼭 높지 않아도 낮은 아파트로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가 높은 이유는 국가에서 조성해야 할 공원이나 녹지를 만들지 않아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찾게 되었다. 그것은 개개인의 돈을 들여 만든 것이 되는 셈이다.

세번째는 ˝건설사의 베란다 악용˝이다.
베란다는 전용면적으로 치지 않아서 값을 매기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건설사는 좀 더 양옆으로 길쭉한 설계를 하면서 베란다를 확장하게끔 유도한다. 확장비도 따로 받는다. 확장하면 20평형대는 30평형대로 변신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20평형대이므로 20평형대에 맞는 세금을 낸다. 건설사가 고객이 세금을 속여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30평형대로 설계했어야 한다.

네번째는 ˝햇볕 잘 드는 4bey 구조도 고층화하는데 한몫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에겐 그게 선호되는 구조이니까. 그럼 유럽이나 일본은 왜 낮고 아름다운 아파트가 많을까? 그건 아파트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146p 구매자가 사주어야만 지을수 있는게 아니었으므로..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졌다.

다섯번째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평면도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청약예금이 규모(85m2, 102m2 등)별로 정해져 있어 그 규모에 근접하는 평수들 몇가지로 수렴되었다. 그냥 제곱미터 별 얼마,로 정했다면 특정 크기로 통일되는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외 획일적인 남향 아파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후에 가장 알맞는 설계라 어쩔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미 아파트 공화국이 된 현실, 특히 한번 단지화 되어버린 곳은 변화가 어렵고 세월이 흐른 뒤 재건축밖에 할 수 없는 땅이라는 말이 참 암담하다. 그나마 재건축도 하고 나서 이익이 남아야 주민들이 하려고 할 것인데, 이미 고층화, 조밀화 된 아파트는 재건축한다고 이윤이 나지 않아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장에선 녹물과 집 뒤틀림으로 살기 불편하기 짝이 없다. 단독주택이라면 고쳐 살기라도 하지 이건 내 집만 고친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앞으로 인구는 줄고 주택공급률은 올라, 재건축은 더 요원하게 될 것이다. 일단 개인입장으로선 그런 전망을 알고 집을 구할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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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정리 해부도감>에 이어서 보았다. 실용성 있으면서도 멋진 인테리어나 가구 설계에 대한 이야기들. 1900년대 초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 해설집같다. 교양삼아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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