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레온이 외쳤다. 오누이의 다정한 포옹 속에서 세실리아는 오빠의 재킷 윗주머니에 꽂힌 두꺼운 만년필이 자신의 쇄골을 누르는 것을 느꼈고, 구겨진 옷깃에서 나는 파이프 담배 냄새를 맡았다. 그순간 남자대학 기숙사를 방문해 함께 차를 마셨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그때가 그리워졌다. 지나치게 정중하고 어색해서 지루할 때가 많았지만 가끔, 특히 겨울에는 유쾌한 적도 있었다.
<속죄 >

글을 읽는데 냄새가 그려진다.
알싸하고 텁텁한 품의 기억들.

겨울과 맞닿은 포옹의 순간들.

코끝이 찡하게 추운 날이 별로 없던 요즘,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뿌연 하늘이 계속되던 요즘, 이런글을 읽으니 쨍한 추위와 뿌연 입김과 단단하고 포근한 냄새의 기억들이 문득- 그리워졌다.

부대끼며 사는 시간이지만 외려 따뜻한 포옹한번 나누기 힘든 나날속에서 소진되는 나를 느낄 때 책을 읽는다.

아니, 실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읽다가 떠올리고 위로받고 글로 남긴다.
올해는 읽고 쓰자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한 겨울의 냄새와 그 품과 그 남자에 대해 떠올리다 독서애찬으로 마무리 짓지만 이도저도 매한가지다.

그리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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