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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 정신과 전문의 이영문의 시로 마음 치유하기
이영문 지음, 나태주 시 / 더블북 / 2024년 6월
평점 :
나이를 먹어갈수록 음식을 좋아하는 취향이나, 옷 입는 스타일이 바뀌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책을 읽는 스타일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설만 파는 외길 인생이었다면, 요즘에는 에세이나 시 또한 사랑합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드릴 책도 시와 관련된 책인데, 다들 이름을 들으면 아실 시인 분입니다.
이 책에선 나태주 시인의 시와 정신과 의사 이영문 님의 글을 동시에 접할 수 있습니다.
시에 대한 이영문 님의 주관적인 해석과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시 나태주 이영문 지음입니다.
이영문 작가는 1962년 서울 출생으로 18년 동안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및 중앙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이며
연세 하늘 병원 진료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나태주
내 이름은 나태주
평생 동안 자동차 없어
버스 타고 택시 타고
KTX타고 전국으로
문학 강연 다니며
사람들에게 농을 하기도 한다
이름이 나태주라서 자동차 없이도
잘 살아간다고
나태주, '나 좀 태워 주세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 태워 준다고.
진짜 의도치 않게 갑자기 훅 들어온
나태주 = 나 좀 태워주세요라는 개그에
폭소를 했습니다.
저만 웃긴 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
시를 쓰려면 재치가 있어야 하고, 센스가 있어야 한다더니
진짜 재밌으신 분 같습니다.
보통 이름 개그 가지고 웃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나 쉽게 웃기며 제 마음속에 들어옵니다.
매번 버스를 타고 공주에서 왔다 갔다 하면 힘들 법도 한데,
그 생활을 몇 년 동안 유지해오시는 그 모습이 너무나 멋집니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담아둔 사람을 향한 것이
그리움이라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사람은 선물임이 틀림없다.
위의 내용은 나태주 시인님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은
이영문 작가님의 생각 중 일부입니다.
'이름'이라는 것을 태어나자마자 부여받고, '가족'이라는 보호 속에서
우리는 '인생'을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머리가 크고, 몸이 자라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제2의 가족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올 아이에게 '이름'을 선물해 줍니다.
우리에게 이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가족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원래의 가족은 그리움으로 남게 되지만,
그들을 향한 마음은 항상 찬란합니다.
가장 기쁜 선물은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태워야 할 것은 낙엽만이 아니다.
상실 이후의 인간의 감정이다.
외로움은 아직 태워야 할 감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리움은 충분히 연소된 감정이어서 새로움에 대처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출처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41-42페이지
위의 내용은 나태주 시인님의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은
이영문 작가님의 생각 중 일부입니다.
무언가를 잃고 나면 찾아오는 감정이 상실감입니다.
소중한 누군갈 잃은 그 상실감은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감정입니다.
이별의 순간은 만남과 항상 세트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연인 사이에도 이별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택하듯,
부부들도 이별을 피하기 위해 '정'이라는 이름의 선택지를 찾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습니다.
그들의 죽음 앞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곁에 있어 주는 것뿐입니다.
항상 내 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던 친구의 부재는
너무 큰 우울함을 가져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택할 수 있던 선택지는
그저 잘 보내주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자 선택할 때,
이별부터 준비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듯,
갑작스러운 이별에 경건하게 대처하기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저 무너지는 것 밖에 못할 것 같던 저는
어느 순간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음 한 곁에 묻어두었고, 보고 싶을 때면,
다시금 나의 친구를 데리고 옵니다.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잊으라고 강요할 사람도 없습니다.
보고 싶을 때면 그냥 보면 됩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언젠가 사람은 누구나 혼자가 된다.
분리 불안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떨어져 나오는 고통 그 자체이다.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엄습한다.
그러나 결국 떠나보내야 한다.
오지 않는 전화를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연인 간에 사랑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흔한 주제입니다.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게 되면 무뎌지게 됩니다.
새로운 만남이 시작하고 끝이 나는 순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마음도,
지나고 보면 '언제 그랬나' 싶게 됩니다.
헤어짐을 원한 게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헤어짐을 맞이한 상태가 되었다면,
그를 놓아줘야 하는 때가 온 것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1분 후면 항상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휴대폰은
이젠 알람 용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는 '미련함'은 그만둬야겠습니다.
내면의 외로움은 나에게 힘을 길러주는
은밀한 시간이 된다.
그러니 혼자 있음을 두려워 말라.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싫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넘쳐났던 기운이,
혼자 있게 되면 증발하게 되는 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다른 사람과 있기 위해 밖을 나가는 걸 택하곤 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집이 주는 안락함을 알게 되었고,
반대로 집에서 나가기가 싫어집니다.
약속을 잡다가도, 취소되면 아쉬움이 크지 않고,
'잘 됐다'라는 마음이 앞섭니다.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혼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눈치 없이 하는 게 좋을 나이가 됐습니다.
가끔, 혼자 놀기에 질릴 때면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곤 합니다.
어느 정도 섞였다는 즐거움이 든다면,
다시 집순이 모드로 돌입하게 됩니다.
이런 저는 이제 더 이상 혼자인 게 두렵지 않습니다.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은
나태주 시인의 다양한 시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정신과 의사 이영문 작가의 진솔한 글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치유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이젠 이 책을 추천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이상,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시 나태주 이영문 지음 서평 후감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