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를 앓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도 앓고 있지만,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펫로스 증후군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아서
일부는 어쩌면 펫로스 증후군인 지 모르고
그냥 이겨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보리를 잃은 당시에,
그 슬픔을 친언니와 나눴습니다.
제 친언니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언니가 계속
저보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울 때,
놀라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저 대신에 동물 병원에 전화해서
장례 절차 관련해서 문의도 해줬습니다.
병원에선 장례비용을 다 부담하겠다고 하며,
추후 혹시나 새 가족을 데려오게 되어 진료가 필요하다면
기본 접종은 무료로 다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게 보리가 몸만 남았을 때,
상자에 곱게 넣어, 집으로 데려와
따뜻한 장판 위에 올려놨습니다.
보리의 몸은 점점 더 식어만 가고,
코와 항문 쪽에선 피가 계속 흘렀습니다.
피가 흐르길래 아직 안 죽은 거 아닌가,
혹시나 살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가
바보 같은 기대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이미 알려준 대로 깔고 있던
배변패드에는 피가 스며들었습니다.
멀쩡하게 걸어나갔던 친구가
박스에 넣어와서 그런지,
친언니가 키우던 두 반려견들은
마루는 와서 냄새 맡아보고
찌루는 계속 짖어댔습니다.
보리를 키울 때도 초보 엄마였지만,
떠나보낼 때도 초보 엄마였습니다.
친언니가 없었다면 감당 못했을 슬픔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펫 로스를 경험하게 된다면,
바로 일상생활을 하기엔 벅찹니다.
장례를 치른다고 하루 쉬었지만,
연속으로 쉬기엔 힘들어서
다음날부터 출근은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준비가 안 되어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잠시 혼자 있게 될 때마다
눈물샘은 자꾸 터져서, 힘들었습니다.
자꾸만 눈물이 나서 힘들었지만,
제가 울면, 언니가 그때마다 미안하다고 해서
본인도 혼자 운 게 분명한 얼굴을 하고 돌아와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펫로스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입니다.
그럼에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내려놓을 수 없는 건
펫로스라는 아픈 기억이 주는 고통보다
펫과 함께하는 동안의 행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게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들 합니다.
새 아이를 데려온다고 해서,
그 아이가 첫째를 대신할 순 없지만,
둘째가 주는 행복은 또 따로 존재합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혼자 숨죽여
아파하는 사람이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하여라는 책은 우리에게 찾아올 이별의 순간에
어쩌면 조금 프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듯합니다.
이별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자유로운 반려인은 없습니다.
반려묘와 반려견 모두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고,
그 이별의 때는 각자마다 다릅니다.
이별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까지,
당장 '내일'이 오기까지,
'오늘'이라는 시간이 주어져있습니다.
더 많은 기록과 추억, 사진을 남겨서
저장해둔 추억을 꺼내 써야 할 순간이 왔을 때
꺼내도 꺼내도 아직 꺼내볼 행복의 순간들이 많을 수 있도록
'그때의 나'를 위해 저장해둬야 합니다.
항상 지나고 나면 후회하게 됩니다.
"왜 기록을 하지 않고, 눈으로만 담아뒀을까"
사진은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영원히 남아있을 가족이지만,
다시 한번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록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시간들을 보내야겠습니다.
동물 에세이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하여를 통해
반려동물을 잃은 아픔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반려동물을 잃게 되면 아픈 건 당연합니다.
누군가는 펫로스 증후군을 앓게 되고,
자신들의 아픔을 인터뷰를 통해 나눠준
여러 사례들도 실려있습니다.
이상,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하여,
출판사 소담출판사 서평 후감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