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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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발리 카우르 자스월
▫️출판사: 들녘

✔️인도계 영국인 저자
✔️인도계 영국인 과부들이 런던의 시크교 공동체 사우스홀에서 수상한 글쓰기 수업을 하며 생기는 일들을 다룬 소설.

📖 20대의 이민자 2세대인 '니키'가 우연한 기회로 여성전용 글쓰기 수업 강사가 되었으나 수강생 대부분이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상황. 글쓰기 수업 대신 '정숙한 과부'들의 성적 판타지에 대한 '야설 이야기'가 시작된다.

런던 외곽에 사는 시크교도인 펀자브 1세 이야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입된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갈등과 종교와 공동체 속에서의 여성의 권리, 이주민의 정착 등의 이야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함이 담겨있다.

💬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게 할 만한 제목이었다.
책이 도착하고 책상에 올려놓자 중딩인 큰 아들이 흔들리는 동공을 부여잡고 "어...엄...마..?" 라고 할 만큼...😚

'정숙한 과부' 와 '야설 클럽'이라는 단어가 주는 괴리에서 책에 대한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 냈다고 보지만 가제본의 깨끗하고 하얀 표지에 찍힌 글자가 이 책의 첫 이미지였던 만큼 북 커버 없이 책을 들고 나다니지는 못했다. 정식출간된 책을 보고 참 똑똑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수업은 여자들에게 그들도 받아들여지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난생 처음으로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나누었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이야기는 사람들을 타락시키지 않아요.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를 줄 뿐이죠.

🔖"이 스토리텔링 수업은 아주 재미있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를요.”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져도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아니, 가치관의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그 제도와 관습을 벗어나기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게 자신들을 깎아 죽여가고 있더라도 말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아직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한 대우가 당연하고 자유를 억압받으며 폭행과 같은 강제적인 결혼과 공동체 안에서의 명예라는 이름의 폭력이 자행되는 모습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고... 소설 속 이야기 만이 아님을 알기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글쓰기 클럽이 진행되며 보여주는 그녀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목소리, 발칙한 상상력과 유쾌함은 단지 계율과 답답한 옷 속에서도 억압할 수 없는 단단한 여성들의 에너지가 언젠가는 우리의 시대를 변화시켰듯이 그녀들의 시대도 변화시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한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연습 만으로도 생각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과정만으로도 점차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답답한 마음에 한 줄기의 불을 내지른다.
나름의 반전과 생각 꺼리를 가득 안겨준
구성과 내용이 뛰어난 책이었다고 본다.
참, 볼 빨간...시간은 덤이다.☺️😚

📌🔞에 빨간 책도 장르 소설에도 무적인 나는 이 정도는 빨간 등급이 아닌 것 같지만 기준은 각자 다르니 ...유의하시길

개인적으로 가제본은 처음이라 어떤 부분이 달라진 건지 궁금해 정식 출간 책을 꼭 찾아보련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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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반쪽
브릿 베넷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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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촉망 받는 젊은 작가 브릿 베넷의 두번째 이야기
✔️인종차별정책이 존재하던 1950년대부터...
역사적인 사건 속 격동의 시간을 다른 정체성과 집단을 가진 여러 군상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패싱(passing)

📖 백인으로 받아들여질 일은 결코 없으나 니그로로 대우 받기는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타운, 제3의 장소인 '맬러드 타운' .
그 곳은 피부색이 백인에 가까울수록 더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맬러드 출신의 아름다운 쌍둥이 스텔라와 데지레의 서로 다른 선택과 사랑 그로 인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

스텔라는 백인이 되었고, 데지레는 찾을 수 있는 가장 검은 피부의 남자와 결혼했다.

🔖"니그로는 늘 고향을 좋아해." 그는 말했다.
"우리는 늘 최악의 장소에서 태어나지만. 백인만이 고향을 싫어할 자유가 있지"

🔖아무도 검은 피부의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이곳에서조차 당신은 여전히 유색인이었고, 그것은 백인 남자들이 당신이 죽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평범한 피와 섞이면 영원히 평범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면 특별해질 거라 생각한다. 아니, 그건 당신을 외롭게 만들 뿐이다. 진짜 특별한 건 누군가와 함께 소속되는 것이다.

🔖주드는 바뀌고 싶었고,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어야하는지, 왜 그걸 누구에게든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누가 당신을 다치게 할지는 너무 늦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다 그러듯 정복자들은 허구를 현실로, 신화를 역사로 변형시켰다.

🔖처음에는 백인으로 패싱하는 게 아주 간단해 보여서, 부모님이 왜 진작 그러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어렸다.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세상에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깨닫지 못했다.

🔖다른 누군가가 되는 것의 가장 힘든 부분은 결심이다. 나머지는 그저 실행 절차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청춘이 일으키는 전율이었다. 그것이 오래전 부적 액세서리 가게에서 그녀를 사로잡았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성인기가 오면, 선택은 견고해진다. 지금 자신의 모든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남은 인생은 그 여파였다.

🔖스텔라의 실수는 자신이 어디든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계속 이동하지 않으면 과거는 늘 당신을 따라잡는다.

🔖"마땅하다는 표현은 개소리야.” 요가 강사인 그녀의 남자친구가 말했다. “무엇에 대해서건 마땅한 결과를 받는 사람은 없어. 우리는 그저 우리가 받는 걸 받는 거야.”

🔖자기 자신이란 어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모습으로 창조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2인치 깊이의 물에서도 익사할 수 있다. 아마 상실의 슬픔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 책 소개와 처음 몇 장의 미리 보기로 추리 소설인 줄 알았으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본원적인 철학적 물음이 가득한 로맨스 소설이었다고 생각된다.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대분의 사람들이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이 책을 반 이상 읽는 동안 스텔라의 선택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읽었다.
단순히 피부색으로 나뉘는 '인종'에 대한 차별을
그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이 어찌해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선택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은 책장을 덮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단지 피부색으로 차별받고 존재의 의의가 정해지는 것이 더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뿐이다. 말 그대로 패싱(passing)이 가능하다면 난 그것을 당연하게 선택할 것 같다.

피부색과 인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이 책 안에는
데지레와 스텔라를 시작으로 또 다른 정체성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트렌스 젠더를 원하는, 여자이지만 남자가 되고자 하는 리스와 남자이지만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름으로써 자유로움을 느끼는 배리는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하는 형태를 보여주며 나의 관점을 돌아보는 계기를 던져주기도 했다.

데지레와 스텔라의 딸인 주드와 케네디는 그녀들과는 다르게 피부색에 따른 정체성 그대로 자라지만,
존재를 부정당하고 이질적인 시선을 받는 환경에서 지낸 주드와 긍정적이고 보호받는 환경에서 자란 케네디는 모든 것이 다르지만 제한된 환경을 벗어나 진짜 자신을 찾는 기회를 갖는 모습은 동일하게 그려진다.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자유롭게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은 변화할 기회를 갖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선택_가족을 등져야 하는_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친애하는 이들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가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예전보다는 선택의 자유가 존재하고 자유롭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관습이나 종교적 과념적인 이유로 많은 제약과 통제가 존재해 사회의 이면을 살아가는 이들의 자유를 속박하고 제한하는 경우는 쉽게 잦아볼 수 있다.
그들이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고 자신을 선택하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는 못하더라도 비난하고 이질적이게 '튀어나온 못' 취급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만이 세계의 전부가 아님을 명심하며 살아야겠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야."
스텔라가 말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의 나 자신이 좋았어."
"백인인 게."
"아니." 스텔라가 말했다."자유로운 게."
데지레가 웃었다. "같은 거야,동생."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 소견을 담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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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언젠가 꼭 비룡소의 그림동화 311
팻 지틀로 밀러 지음, 이수지 그림.옮김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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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새 그림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팻 지틀로 밀러의 글과 호흡을 맞춰 그림 작업을 하고, 직접 번역까지 해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 서로를 그리워하는 '여기' 있는 아이와 '저기' 있는 할머니. 자기만의 방법으로 할머니에게 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그리움이 철철 묻어난다.

포인트가 되는 창문, 편지, 컴퓨터 모니터 등에 동그랗고 네모난 구멍을 뚫어서 뒤의 그림을 일부 연결해 할머니와 아이의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을 이어 주는 통로로 표현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주문 같은 이야기,
" 우리 다시 언젠가 꼭 "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할머니를 만나기 위한 고군분투가 너무나 귀엽고 애틋하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들의 거리가 한 뼘씩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동그랗고 네모난 구멍 안으로 보이는 그림이 뒷장의 어느 부분일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궁금증에 손이 급해져 후루룩 넘겨보고, 넘겨진 부분에 다시 나타나는 이전 그림 안의 이야기가 깜찍해 미소 짓게 되는 입체적인 그림책이다.
그 연결 연결의 통로가 어찌나 자연스럽고 다채로운지
보면 볼수록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와 감정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발표하는 신작마다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은 이번에도 역시나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볼수 없는 글과 그림들.
다채로운 배경색과 페이지 크기의 다양함, 텍스트 크기와 글꼴의 변화무쌍함에서 손에 잡힐 듯 섬세한 감정들이 드러난다.

💬 개인적으로 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애틋한 그림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표지의 한 부분이다.🤔
작가의 수상 이력은 분명 자랑스럽고 자랑할 만한 것이지만 '이수지'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지 않았겠나.
띠지가 아닌 표지 자체에 박힌 베스트셀러 작가 표기와 수상 이력 표기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떨어트리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된다.

💬 뭐...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렇든 저렇든 이수지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만 말이다.
다작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우주까지 그 이름 뻗어나가길...🪐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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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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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에드거상 수상

✔️인도 출신 영국 작가_디파 아나파라 데뷔작으로 뭄바이와 델리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의 경험과 인도에서 나고 자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라 일어나는 어린이 실종사건을 9살 소년 '자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여준다.
사회와 어른들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 빈민가 구석구석을 다니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어른들의 초조한 단속에도 더 많은 아이들이 사라지며 상황은 점차 심각해진다.

🔖경찰은 우리에게 ‘봉사’하고 우리를 ‘보호’해야 하지만, 유령시장에서 내가 본 경찰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일을 한다. 가게 주인들을 괴롭히고, 노점상에서 공짜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하프타 뇌물을 제때 바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경찰봉으로 등을 맞을 건지 불도저로 집을 쓸어버리게 할 건지 고르라고 한다.

🔖신이 주신 것이 결점일 리는 없었다. 신이 주신 것은 언제나 선물이었다. 옴비르는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모든 일이 일어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우리 학교의 줄이 훨씬 덜 소란스럽고, 우리 학생들이 훨씬 더 질서 있게 행동한다. 우리 나이는 이 사람들 나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데.

🔖기차역에서 만난 소년들이 생각난다. 신들은 너무 바빠서 모든 사람의 기도를 다 들어주진 못한다던 구루의 말이 기억난다. 신들에게가 아니라 멘탈에게 기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를 병균 덩어리로 보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아빠는 남들이 우리를 존중해주지 않아도 우리가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빠가 말하는 ‘남들’은 부잣집 사모님들, 그리고 우리와 똑같이 빈민가에 살면서도 부자가 아니라고 우리를 쇼핑몰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경비원들을 포함한다.

🔖도대체 신들이 우리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동네 경찰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하프타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때리는 구루가 드린 푸자보다 더 성대한 푸자를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푸자는 크고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정말 지겹다.


🔖 “그럼 저녁에 먹을 채소를 사러 나가는 건 괜찮고? 그땐 아무도 나를 납치하지 않을 거란 말이지?” 누나가 흥분해서 팔을 쳐들다가 내 얼굴을 치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다. “물을 길으러 수돗가에 줄을 설 때나 쌀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설 땐 아무 일도 없을 거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땐 납치될 거라는 거잖아. 그 말 하려는 거지, 지금?”

“말조심해.” 엄마가 누나에게 말한다.
“너한텐 돌봐야 할 동생이 있잖아.” 아빠가 말한다.
“돌볼 수도 없는 애를 뭐 하러 낳았어?” 누나가 묻는다.

🔖자이가 태어난 이후로, 루누는 자이를 혐오와 감탄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이는 백일몽과, 세상이 사내아이에게 허용하는 자신감 덕분에 불완전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듯했다. 반면 여자아이가 그런 자신감을 갖는다면 성격적인 결함이나 부모가 잘못 키운 증거로 여겨졌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인간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될 거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넝마주이 대장이 말한다.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늙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고. 하지만 그들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깨닫게 될 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걸. 우린 이 세상에서 한 점의 먼지에 불과해. 햇빛을 받으면 한순간 반짝이다가 곧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먼지.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라."

🔖살인 사건이 이제 내게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스터리가 아니다.



< 디파 아나파라_작가에 대해>
넝마주이로 일하거나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도 가지 못하고 독학이라도 하려고 애쓰는 아이들, 종교적 폭력에 희생되어 학교를 떠나야 했던 아이들.
작가는 사회와 그 사회가 선택한 정부가 버린 아이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닌 유쾌한 유머와 신랄함과 에너지를 보게 된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하루에 180여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지만 이런 실종 사건은 유괴범이 체포되거나, 혹은 잔혹한 범행이 세간에 알려져야만 비로소 뉴스에 나오며
뉴스는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범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실정이다.
인도에서 목격한 끔찍한 비극을 취약계층의 문제와 자주 동일시되는 인도인들의 정서와 가난에 대한 진부한 서술에 머물거나 불평등을 축소하고 싶지 않았던 작가는 많은 고민 끝에 '자이와 친국들'을 통해 그 길을 열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던 시기, 개인적인 시련을 겪으며 많은 물음을 안고 있었지만 결국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쓴 이유는 그 아이들이 통계수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숫자 뒤에 숨겨진 그 아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이 책을 덮으며 답답한 가슴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사회나 어른에게 보호나 도움을 받지 못해 정령에게나마 목숨을 구해달라고 빌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만연한 곳에서, 어린 자이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인도의 적나라한 모습이 구석구석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
그 모습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불편하고 답답해 불쾌했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책을 읽는 내내 가지고 있어야 했다.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과 가정 내에서조차 성별에 의해 역할이 정해지고 차별당하는 모습.
다양한 종류의 불편한 시선과 편견, 혐오와 이해할 수 없는 늪과 같은 뒷말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들, 소수자들의 모습에서 인도에 만연한 사회 문제들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계급과 계층, 여성과 종교에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배척, 서로에 대한 혐오로 점철된 사회의 모습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사건도 불편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상당히 아팠다.
계급으로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리는 모습도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일말의 사건들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이웃을 옆에서 바닥으로 밀어버리는 모습은 익히 알고있던 '신들의 나라, 신성의 나라 인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심각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소설 속에 담아낸 작가의 방식이 굉장히 영리하게 느껴졌다.
'자이'의 시선으로 자이와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귀여운 행동들, 에피소드에선 손에 힘을 빼주기도 하고
사건의 이면을 맞닥뜨릴 땐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기도 하며 감정의 기복을 주어 시종일관 책에 몰입하게 한다. 이야기의 사건과 그 현실성에 아프고 무겁지만 책을 덮고 싶지 않을 정도를 내내 가지고 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고 우리가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만들어 나가야 할 사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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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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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식물상담소 > ___ 신혜우 / 프라이트(다산북스)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말과 위로 -

✔️ 마음과 인생을 나누는 '식물상담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생 이야기에 관한 에세이. 식물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상담자들의 삶의 깊은 고민들까지 기록.
식물과 인생의 이야기 사이에 아름다운 식물 그림이 더해져 아름답고 깊이있는 책이 되었다.

📖'아무도 상처받지 않은 글쓰기'를 목표로 한다는 작가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제 아이디어'로 시작한 상담소에서 상담자를 통해 인생 수업을 받은 것 같다며 책의 서문을 적었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물어보고 싶다.
" 그 식물의 꽃과 열매를 본 적 있나요?"
" 그 식물의 진짜 이름과 고향을 아세요?"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좀 더 선명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면 사랑을 줄여보길 권합니다.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지만 그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생장하고 준비하는 식물처럼 그에 맞춰 계획하고 움직이는 농부처럼 갑자기 등장하거나 이루어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야 무언가 소중한 것이 내 곁에 다가왔을 때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 책을 펴 읽기 전, 책 전체에서 풍기는 말랑하고 다정한 느낌은 서문 이후 1부의 장을 펼치자마자 뼈를 맞는다.

나 또한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초록이들을 키운다. 홍콩 야자, 테이블 야자, 몇 종류의 다육이와 고무나무등등... 해가 잘 들지 않아 시들해지면 일 년에 몇 개월은 해가 쨍쨍 드는 사무실로 요양을 보내기도 한다.

소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집에서는 식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작가. 다정한 소제목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자신이 키우는 식물의 학명이나 생태조건을 정확히 모르는 것에 참으로 뻘쭘함을 느끼게 만든다.

💬 시점,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는 참 많이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이 일어날 정도의 큰일이나 변화는 실상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릴 때 아팠던 경험으로 가치관이 정립된 작가처럼 한 번씩 아플 땐 자잘한 걱정이나 사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생각이 일상으로 돌아오며 길게 이어지지 않아 문제지...

💬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들' : 잡초 라고 말한 사상가도 있다지만 그냥 인간이 정한 기준인 TOP가 맞지 않아 잡초가 된 식물이 얼마나 많을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일들이야 비일비재하게 경험하고 지구의 중심이 인간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앞으로의 미래가 존재한다지만, 내가 인간인 이상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점을 바꾸어 생각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인간 중심의 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명확한 일이다.

💬 어린이 식물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선 내 아이의 작았을 때가 생각나 쿡쿡 웃으며 보았다.
아이들의 세계는 명사보다는 동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에도 시기를 탄다고 한다. 물론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를 테지만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던 아들이 생각나 그 시기에 좀 더 자연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했음을 느꼈다. 6세 이전에 자연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과 취향이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이에게 이야기했듯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외로움을 지나 특별함을 지닐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내 아이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상담 에피소드와 자신의 경험 이야기에 아름다운 그림을 곁들인 전문적인 식물 생태와 지식 전달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결국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 이웃집 식물상담소 >는 평범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는 일들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마음을 갖게 한다.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은 물음들이 가득한 책이다.
나의 자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이 글은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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