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에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사놓고 완독하지 못했던 『이갈리아의 딸들』을 책의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그때 발췌한 구절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봤다. 책의 시작은 남성 중심의 기존 단어를 뒤집어 다시 정의하는 것부터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어 버렸기 때문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반에 이런 설명이 붙는 것은 불가피할 테다. 웬만한 한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웠으니까 아래 인용한 구절들이 어떤 의미인지 다들 이해할 수 있으리라. 


남성이 기본값인 우리 세상과 달리 여기선 여성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다. 영어에선 'man'이 남자이자 사람이고 여성을 표현하려면 'woman'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정반대의 세계인 이갈리아에선 'wom'이 여성이자 인간이고 남성은 'man'을 붙여 'manwom'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영어에서는 남성에게는 기혼/미혼 여부와 상관없이 성 앞에 'Mr'을 붙이고 미혼 여성에겐 'Miss' 혹은 'Ms',기혼 여성에겐 'Mrs'를 붙인다. 물론 요즘엔 미혼/기혼 상관없이 'Ms'를 성 앞에 붙이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지만, 예전엔 철저히 구분해서 말했을 테다. 


어째서 별도의 말이 생길 정도로 여성의 결혼 여부가 그렇게 중요할까. 남성에 해당하는 낱말은 없고, 오직 여성에게만. 해커스 유학 블로그를 보니 영미권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 성을 따르기 때문에 성 앞에 붙는 호칭이 달라진다는데, 별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만일 그런 거였다면 오늘날 Ms를 미혼 여성과 기혼 여성에게 모두 쓸 수 있도록 하진 않았을 거니까. 한국어에서는 그런 표현은 없지만, 지금도 회사의 취업 면접 때는 여성 면접자가 결혼했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남성 면접자에게도 가끔 물어보기는 한다지만 (나는 못 들어봤다) 그 의도가 다르다. 다들 알 테니까 그 의도를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설 속 이갈리아의 세상에서는 완전히 반대다. 여성의 미혼과 기혼 여부를 구분하는 단어는 따로 없고, 맨움(남성)의 기혼은 성 앞에 Msass(미재즈)를 붙인다. 그러면 이 책에서는 맨움이 결혼하면 움(여성)의 성을 따르는 건가? 그건 좀 더 읽어봐야겠다.

움 wom 1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 이라고 분류되는 성(性)의 인간. 2. 어떤 성의 인간이든 인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예를 들어 spokswom(대변인), seawom(뱃사람), 3. 일반적인 인간을 움으로 지칭할 수도 있다.

맨움 manwom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 이라고 분류되는 성(性)의 인간.
미즈 Ms 움의 성, 성명 앞에 붙이는 경칭.
미재즈 Msass (미즈에 맨움형 어미 -ass가 결합한 것으로) 기혼 맨움의 성, 또는 그 아내의 성 앞에 붙여 기혼 맨움을 나타내는 경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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