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는 언뜻 보면 늙고 병약한 개체들은 어쩔 수 없이 늘 포식자의 밥이 되고 마는 비정한 세계처럼만 보인다. 하지만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지닌 고래들의 사회는 다르다.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결코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다친 동료를 여러 고래들이 둘러싸고 거의 들어 나르듯 하는 모습이 고래학자들의 눈에 여러 번 관찰되었다. 그물에 걸린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그물을 물어뜯는가 하면 다친 동료와 고래잡이배 사이에 과감히 뛰어들어 사냥을 방해하기도 한다. (66쪽)


고래는 비록 물속에 살지만 엄연히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 동물이다. 그래서 부상을 당해 움직이지 못하면 무엇보다도 물 위로 올라와 숨을 쉴 수 없게 되므로 쉽사리 목숨을 잃는다. 그런 친구를 혼자 등에 업고 그가 충분히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고래들은 또 많은 경우 무언가로 괴로워하는 친구 곁에 그냥 오랫동안 있기도 한다. (66~67쪽)


약육강식은 분명히 자연 법칙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자연계의 전체 모습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상호부조론에서 러시아의 저명한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이 그에 대해서 밝힌 바 있다. 아래는 내가 옛날에 읽은 그의 저작이다.



그런가 하면 폴란트 태생의 독일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도 아래와 같은 관찰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래 구절은 녹색평론 발행인이었던 고 김종철 선생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서 내가 읽은 구절이다. 여기에 옮겨 본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감옥에 있을 때 읽은 책 가운데 조류의 이동에 관한 관찰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럽에서 철새가 이동할 계절이 되면, 새들은 스칸디나비아 북유럽으로부터 지중해를 건너 나일강까지 긴 여행을 해야 한다.

이 여행은 너무나 멀고 힘든 길이어서 독수리나 매와 같은 몸집이 큰 맹금류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처음 며칠 동안은 거의 빈사상태로 되어 강변 모래밭에 엎드린 채 일어서질 못한다고 한다. 큰 새들이 이런 형편인데, 노래 부르는 작은 새들, 예를 들어 방울새나 미팅게일이니 하는 것들은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까?

철새가 이동하는 계절이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즉 평소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는 맹금과 작은 새들 사이에 이때가 되면 하늘에서 휴전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 새들은 큰 새들의 등에 업혀서 멀고 먼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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