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엄청 재밌다.^^ 우리 뇌가 이토록 유연하다니! 놀랍도록 신기하고 대단하다. 인공지능에 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인공지능이 우리 뇌가 지닌 이 정도의 유연성을 따라오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직 이 책을 4분의 1도 못 읽었는데, (서재에 올린 구절 외에도) 구글 시트에 메모해둔 글귀가 많다. 앞으로도 많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이 올리면 저작권을 너무 침해하게 될 듯해서 책 인용은 오늘 이 글을 마지막으로 해야겠다. 뇌과학 책 앞으로도 자주 읽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시각 시스템을 이용해 중요한 사실을 설명하고 있으나, 피질의 영역 재배치는 어디서나 일어난다. 사람이 청각을 잃으면 전에 청각을 담당하던 뇌 조직이 다른 감각을 대변하게 된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의 주변부 시視주의가 더 뛰어나다거나, 사람들의 말씨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청각장애인은 입술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출신지를 알아맞힐 수 있다. 신체 일부를 절단한 자리의 감각이 더 섬세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예전보다 가벼운 압력을 가해도 촉각이 감지되며, 가까운 지점 두 군데에서 느껴지는 촉각도 하나가 아니라 따로따로 감지된다. 뇌가 아직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위에 더 많은 영역을 할애하기 때문에 감각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 P64

신경 재배치는 뇌의 영역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과거의 생각을 더 유연한 모델로 바꿔놓았다. 뇌의 영역들은 다른 임무에 할당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 피질에 자리한 뉴런에 특별한 특징 같은 것은 없다. 그냥 어쩌다 보니 눈에 이상이 없는 사람의 뇌에서 사물의 가장자리나 색깔 관련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뇌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종류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 P65

뇌는 부피가 한정되어 있는 피질에 온갖 임무를 배정해야 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최적의 조건만 추구할 수 없는 배정 결과로 약간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서번트 증후군이 한 예다. 인지능력이나 사회적 능력이 심히 결핍된 아이가 전화번호부를 외우거나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옮겨 그리거나 엄청난 속도로 루빅큐브를 맞추는 데에서는 대가의 솜씨를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지장애와 뛰어난 재주의 결합을 보고 사람들은 많은 가설을 내놓았다. 그중에 이 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가설은, 피질 영역들의 이례적인 배정이 이 현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뇌가 이례적으로 큰 영역을 하나의 작업(예를 들어 기억력, 시각 분석, 퍼즐 풀기 등)에 할애하면 틀에서 벗어난 재주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설의 가정이다. 그러나 이런 초능력에는 뇌가 일반적으로 영역을 배정해주는 다른 기능들의 희생이 따른다. 그중에는 믿음직한 사회생활 능력을 구성하는 모든 하위 기능이 포함된다. - P65

뇌의 중요한 변화들이 실행되는 속도에 궁금증을 품은 알바로 파스쿠알레오네는 시각장애인 학교의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학생들이 처한 환경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꼬박 7일 동안 눈을 가리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교사들은 소리를 이용해 방향을 잡고, 거리를 판단하고,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을 경험한다. - P67

누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또는 누가 옆을 지나갈 때 발걸음의 박자만 듣고 상대의 정체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한 사람이 여러 명이다. 엔진 소리로 자동차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람도 여러 명이고, "소리만 듣고 오토바이를 구분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 사람도 한 명 있다. - P67

파스쿠알레오네의 연구팀은 이 결과를 보고, 만약 시력이 있는 사람이 실험실 환경에서 여러 날 동안 눈을 가리고 지낸다면 어떻게 될지 실험해보았다. 그 결과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일시적으로 시각을 차단한 사람에게서도 신경 재배치(시각장애인들에게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종류)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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