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이유로 나 역시 내가 목격한 것들을 어딘가에 적어둔다. 보르헤스 식으로 말하자면 ‘무한한 우주는 사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필요로‘ 하니까. - P90

어쩌면 나는 이 삶의 목격자가 되고 싶은 걸까. 그러니까 골목길을 걸을 때, 천변을 산책할 때, 나는 환한 낮에도 손전등을 들고 걷는 사람의 마음이 된다. 삶의 평범한 순간들에 동그랗게 빛을 비추어 여기 이런 장면이 있구나,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 다른 이들도 함께 들여다보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쓰는 사람으로서 드물게 욕심이 날 때는 바로 그런 순간. - P91

평생을 산대도 비추고 싶은 장면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안도와 기대 속에서 매일 손전등을 고쳐 잡는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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