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가 신간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엔 칼럼이다. 저자가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는 동명의 칼럼 시리즈를 책으로 엮었다. 웹에서 칼럼을 읽으면서 책이 나오길 소망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다. 이슬아 작가의 인별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어서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도서관에 신청해두었던 책이 이틀 전에 도착해서 그날 바로 빌려왔다. 당장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일단 도서관에 신청해두고 나중에 사서 봐야지 했는데 책이 생각보다 일찍 왔다. 평균적으로 두 달 이상은 걸리던데 이번엔 한 달이 조금 안 돼서 소식이 왔다. 역시 이슬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책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아래 경향신문 링크에서도 볼 수 있다. 지금도 계속 연재 중인데 연재 주기가 대략 한 달에 한 번인 것 같다.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o377
이 작은 책에서 나는 나와 같은 개인들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 "가난한 우리도 이 세계의 일부이고 책임 있는 구성원" 임을 믿으면서. 세계는 우리들의 총합이다. 우리가 하던 짓을 그만두기로 할 때 만들어질 커다란 정서를 상상해본다. 이는 전에 없던 과학기술과 정치의 지형을 만들 것이다.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말처럼 우리는 혼자 먹지 않는다. 음식 선택은 전염성을 지닌 행위다. - P17
지금은 없는, 그러나 여기저기서 나타날 수많은 시민의 얼굴을 상상하고 있다. 작가 강남규는 저서 『지금은 없는 시민』에서 ‘시스템주의자‘와 ‘의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스템주의자는 "어떤 위기 상황을 극복할 책임은 시스템에 있으니, 자신에겐 뭘 요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사람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의인은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화아에서 누구보다 앞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의인의 이야기를 전해 듣길 좋아하는 동시에 시스템주의자처럼 말하길 좋아한다고 강남규는 통찰한다. - P17
그가 주목하는 건 시스템주의자와 의인 사이의 시민들이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공백의 영역에 시민들이 자리한다. 의인처럼 해낼 여유가 없는 시민들도 문제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는 있다. 선의를 모으고 책임을 나누고 서로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서로에게 좋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민의 존재와 그들 사이의 연쇄 작용을 희망한다. - P18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굉장한 개인인지를 가르치곤 한다. 개인이 소비하지 않기로 한 선택들이 모여 기업과 정치와 과학을 들썩들썩 움직인다는 믿음을 학생들에게 쥐여준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는 자기기만이다. 전지구인의 총동원이 필요한 이 시대에, 당신은 어떤 것을 그만두고 싶은지 궁금하다. 고기 먹기를 일단 멈춘 동지로서 당신을 기다리겠다. 나에게 없는 지혜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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