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어나서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고, 비행기는 아직 미성년일 때 제주도에 두 번 가본 이후로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자동차 운전 면허는 있지만 장롱 면허다. 내가 특별히 친환경적으로 살려고 의지를 갖고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비행기를 타거나 자가용을 안 몰겠다는 다짐은 못하겠지만, 그런 점에서는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지구를 덜 해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그 외엔 여름에 에어컨(이 없어서 안 트는 거지만) 안 트는 정도?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아예 보일러를 끄고 생활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번 달에 나온 난방비가 너무 무서워서 그런 거지만, (근데 이번 달에 더 나왔다. ㅠㅠ) 날도 많이 풀리고 다행히 지금 사는 집은 위치도 나쁘지 않아서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살짝 쌀쌀할 뿐 그렇게 춥진 않다. 예전에 살았던 자취방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거기선 보일러를 안 틀면 온도가 8도까지 내려갔다. ㄷㄷ) 


난방비가 다시 떨어지는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앞으로는 겨울에도 보일러를 거의 틀지 않고 생활할 생각이다. 틀더라도 가끔 동파 방지용으로 아~~주 약하게 트는 정도일 테다. 계속 틀어놓는 게 난방비가 더 적게 든다는 걸 경험상으로 알고 있지만, 그건 융통성 있게 날씨 상황을 잘 보고 판단하면 될 테니깐.


그거 말고는 특별히 기후 위기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외출할 때마다 자꾸 까먹는 텀블러부터 평소에 잘 챙겨야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텐데 조금씩 찾아봐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 나도 가끔 빠지는 - 허무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우리의 집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나.

좋은 소식은 에너지 절약이 반드시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그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1965년 스위스의 기대 수명은 오늘날 미국의 기대 수명과 거의 비슷했고 전 세계 평균보다도 높았다. 일하는 날이 적었고 통근하는 거리 또한 짧았다. 그때도 인생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훨씬 더 적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도 건강한 인생의 기본을 갖추고 있었다. - P229

같은 보고서에서 15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하지 않은 정부,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 1인당 국민소득 등 행복의 비교문화적 개념의 사회적 근간을 구성하는 여섯 개 요소를 분석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도 이런 요소 대부분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 P230

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만일 당신에게, 당신 부모보다 10년 더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자원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지구상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우리는 소비의 해독解毒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삶을 살펴보자. 우리가 하는 일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그런 행동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우리 스스로를 바꾸지 못한다면 사회제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 P234

나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게으른 허무주의에 유혹당해서는 안 된다고. 한 가지 해결책이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모든 끼니, 우리가 여행하는 모든 여정, 우리가 쓰는 한 푼에 지난번보다 에너지가 더 사용되는지 덜 사용되는지를 고민하며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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