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낱말의 70%가 한자어라지만, 어쩌면 국어사전에 실린 우리가 한자어라고 생각하는 국어 어휘에는 대부분 이런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재수) 취음取音 한자도 있고, 의미만 따온 경우도 많아요. 조선시대엔 요즘같이 한글로 글을 쓰지 않았거든. 만약 정약전 선생이 『자산어보』를 한글로 썼다면 물고기 이름을 ‘갈치‘나 오징어라고 썼을 텐데, 한자로 쓰려니까 그에 해당하는 한자어를 새로 만들게 되잖아요. 갈치는 ‘도어刀魚‘라고 표기했다고. 이건 의미만 가져온 거지. 반면에 뜻과 상관없이 소리가 비슷한 한자를 따와서 쓰는 게 취음인데, ‘거창하다‘나 ‘미안하다‘같이 한자어가 아닌데 소리가 같은 한자를 갖다가 ‘巨創‘이니 ‘未安‘이니 하고 쓰는 걸 말해요. - P62

(조재수) ‘기별‘도 한자어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한자어도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자체 발음으로 만들어진 어휘에 왜 한자어를 쓰느냐 말이야. 그건 한자어도 아니고, 음만 빌려서 쓸데없는 표기 수단으로 쓴 거지. 그게 취음인데, 취음이 문헌에 남아 있으니까 이걸 한자어로 생각한다고. ‘광대廣大‘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사전에 ‘취음‘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뱃사공의 ‘사공‘ 같은 건 아직도 한자어로 착각하고 있어요.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거야.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