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을 늘리는 데엔 책과 사전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한다.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껏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건 확실히 보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책이나 사전에서 본 다양한 단어들을 모두 기억할 수도 없을 뿐더러, 설령 기억한다고 해도 그걸 적재적소에 써먹기란 쉽지 않다. 말이나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보통 사람에겐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어휘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 어휘력을 확장하려면 그보다 더 실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어른의 어휘공부』는 어휘력 빈곤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최상의 어휘력 실전 훈련서다. 여태껏 살면서 읽은 관련 분야 책 중에 가장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뒷장의 판권을 보니 올해 6월에 나온 신간인데 벌써 6쇄나 찍었다. 한국어 어휘를 섬세하게 사용하는 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기뻤다. 앞으로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의 언어 세상을 몇 안 되는 언어가 독식하고 있다. ‘숱하고 허다하며 수많으며 수두룩하고 비일비재하며 하고많고 흔전만전하다‘로 말할 수 있는 상황과 대상은 ‘정말 많고, 너무 많고, 진짜 많고, 좀 많다‘로 뭉뚱 그려 모습을 드러낸다. 부사 한두 개로 농도만 달리한 우리의 언어 세계는 종일 요동치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눈에 들어온 세상을 잿빛 단 하나의 색으로 덮어 버린 듯하다. - P5
이 책은 ‘한국인들이 반복적으로 쓰는 어휘를 어떻게 하면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서 책과 사전을 가까이하라지만 무작정 이들을 뒤적여 본다고 어휘력은 늘지 않는다. 다채로운 어휘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나의 말과 글이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할까? - P5
상민이는 어른들이 하는 일에 나서다가 결국 혼이 나고 말았다.
…붙임성이 좋은 것을 넘어서 어른들의 일에 자꾸 참견한 모양이다. 위 문장에서는 ‘무슨 일에나 자꾸 가리지 않고 참견하다‘라는 뜻의 ‘덥적덥적하다‘가 ‘나서다‘를 대신할 수 있겠다. ‘덥적덥적하다‘는 ‘참견하다‘라는 뜻 외에도 ‘남에게 자꾸 붙임성 있게 굴다‘라는 뜻도 가진다. 그러고 보니 참견과 붙임성이 좋은 것은 그 경계가 모호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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