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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엉덩이 이야기나무 8
이하정 지음, 강미애 그림 / 반달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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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바위의 전설_코딱지대왕 "파도", 못된 호랑이를 혼내주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엉덩이_눕는게 좋은 "귀손이", 잔꾀 덕에 도깨비한테 쌀을 잔뜩 받다

✔떡 심부름 간 아이_뭐든 까먹는 "깜박이", 깜빡한 덕에 용왕님을 만나다

✔배고픈 사또_입이 짧은 "모이", 쌀 한톨로 고약한 사또를 쫓아내다

✔욕심 많은 나무꾼_뭐든지 퍼주는 "웅이", 얄미운 나무꾼 스스로 벌받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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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했다고 겁먹지 마. 그건 네가 특별해지는 과정이니까!"

​이 책에 나온 다섯 아이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징이 남들눈엔 되게 하찮고 별볼일 없어 보입니다. 코파기 좋아하고, 누워만 있고, 잘 까먹고, 잘 안먹고, 남들 말에 다 응응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요?

✅​
하지만 다섯 아이들은 이 '단점'을 '장점'을 넘어 "특별함"으로 만들어 저마다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건 이 '난관'이 본인만이 겪는 시련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난처해하는 일이며, 그걸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그걸 "내가 했다"고 생색을 내지 않는 의젓함까지 보입니다.

옛날이야기의 '권선징악' 결말도 중요한 교훈이지만,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남들과 다른 점이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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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첫째딸은 또래에 비해 키가 큽니다. 여섯살인데 키와 체격은 꼭 초등학교 저학년 같습니다. 그래서사람들이 '어머 진짜 키가 크군요'라고 말합니다.

둘째딸은 잘 안먹습니다. 밥 말고 간식만 계속 찾죠. 오죽하면 밥에 사탕을 올려서 준 적도 있습니다. 두 아이들은 때때로 말합니다. 엄마 나는 왜 커? 엄마 나는 밥이 맛 없어서 먹기 싫어.

그 동안 저는 이 질문에 적당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책을 읽어주며 말할 수 있을것같습니다.

📍
응, 그건 '너라서 그래', 너는 남들과 특별한 '너'라서 그런거란다.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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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를 위한 책'은 많다, 하지만 '독자를 챙기는 책'은 참 드물다. 이 책은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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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습니다. '글밥이 많은데 이렇게 술술 읽힌다고?', '이런 종류의 옛날 이야긴 많은데, 전혀 새로운 이야기인걸?'. 옛날이야기 중에 잠꾸러기나 게으름뱅이, 꾀돌이 캐릭터는 참 많죠? 심술쟁이 사또를 혼내주고, 욕심쟁이는 자기가 부린 욕심에 망하고, 어리숙한 도깨비는 인간의 꾀임에 넘어가 큰 재물을 주는 마무리 또한 어디서 많이 봄직한 결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은 '이거 어디서 봤어'라던가 '애들이 보기엔 너무 이야기가 많은데?','어휴 뭔 옛날이야기가 다섯 편이나 있냐?'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정말 깔깔대며 읽었다', '너무 재치있다'고 간만에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거기다 글밥도 많고, 내용이 다소 길었음에도 3세와 6세 두 아이가 "엄마 너무 웃겨", "그래서 그래서?" "엄마 이제 두명나왔어 다음 세번째는 무슨 이야기야?"라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봤습니다. (덕분에 평소보다 책읽기 시간이 몇 배 더 걸렸습니다^^;)

글을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가와 그 글에 맞는 멋진 그림의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책을 펴낸 편집자와 출판사의 <책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 책이 왜 지루하지 않은지, 왜 그렇게 술술 읽을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유 또한 "옛날 이야기에서만 엿볼 수 있는 장점"을 아주 잘 알고, 거기다 '동화'의 특성을 이해하여 책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이 작가의 이야기를 잘 흡수할 수 있을 뿐더러, 옛날 이야기가 가진 재치와 해학까지 두루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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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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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책"이라고 하면, 특히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라면 대부분 매우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보기만해도 "와앗 대담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번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제목 하나만으로 지치지 않는 물음표가 이어졌다. 문득 그 물음표의 해답이 궁금했다. 그는 대체 왜? '소심'한 '중년''아재'인데 '혼자''산티아고'를 간거야? 


📖 작가는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을 혼자 가면서 많은 사람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중년아재"의 "혼자"여행이 솔직하게 드러나 굉장히 투박하고 진솔한 책이었다. 빨래방에 처음 가봐서 작동법을 몰라 반려동물 세탁기를 쓰고, 한국인들만 한 방에 배정한 것을 두고 '인종 차별이 아닐까?'의심도 한다. 자녀뻘되는 청춘들과 동행하다가도 '그들 덕분에 편한 것'에 어느 순간 초심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고 과감히 헤어지거나, 불유쾌한 상황도 '아재의 노련함'으로 '그럴수도 있지'라고 넘어가다가도 '이건 좀 아닌데'싶은건 투정도 부린다. 


이쯤되면 "왜 작가는 굳이 산티아고로 간가지? 왜 혼자? 직장을 그만두고 허리디스크가 악화되었음에도 강행한거야?"는 물음이 생긴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어도 이 물음에 "이겁니다"는 확실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물음표를 계속 던지다보면 때로는 그 물음이 쌓여 어떤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p.171

까미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하다. 남녀 구분 없는 낯선 알베르게.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순례자가 합창하듯 코를 고는 사이에서 자야하고, 매일 씻고 빨래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편한 게 없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럼에도 부룩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많은 사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며 다시 가고 싶어 한다는 이른바 '까미노 블루'를 앓는다고 한다. 과연 나도 순례길을 완주하고 나면 '까미노 블루'에 시달리게 될까? 산티아고 순례길은 참 묘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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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자마자 작가와 "내적 친밀감"이 들면서, "야, 너 이번에 산티아고 다녀왔다면서? 근데 너 허리 아픈건 어쩌고? 직장은 어떻게 하구? 별일 없었어?"라는 내 질문에 친구가 "아, 말도마- 뭐 부터 이야기 해볼까"라고 기나길고 재미난 여행 이야길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야, 너 대단한데? 와 그 외국인 어떻게 되었을까?" 친구가 여행을 통해 많은것을 보고, 배우고, 이야길 하는데 친구의 반짝이는 눈과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 그리고 "갈만한 여행이었다"고 온몸으로 보여주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친구가 대견하고 멋져보여서 듣는 내가 뿌듯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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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개
김민우 지음 / 현암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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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개」 는 지금 막 한글을 깨치는 아이들, 글자의 재미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막 깨닫기 시작한 아이들이 보면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라고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혹여 글자에 흥미가 없는 아이일지라도 '와아, 왕왕이 대단하다'고 하면서 '글자를 읽는게 그렇게 재미있나?'하고 의문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힐 수도 있죠.
실제로 저희집 3살짜리 둘째가 이 책을 보고 '엄마 왕왕이가 보는게 뭐야?'라더니 '나도 언니처럼 책 읽을거야' 선언한 후 책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본인이 관심있고 재미있어 한 문장을 외워서 읽더라고요.

독서지도, 책교육에 대한 <보호자 대상>의 책은 많은데, 정작 아이들 눈높이에서 '글을 읽는 재미', '책을 읽어보자'는 동기와 의욕을 일깨워주는 아이들 눈높이의 책이 많지 않아 아쉽던 와중에,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

❤️
'드니'와 '왕왕이'가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책을 보는 즐거움을 익혔듯이,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그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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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놓을 용기 -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
이성민 지음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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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어와 반말은 엄연히 다르다. 반말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관계가 서로간 큰 차이가 없거나 친밀할때, 손아랫사람에게 낮추어 하는 말로 존댓말(경어)의 반의어로 쓰인다. 평어는 이름 호칭+반말로 '호칭'의 고유성을 살린 평등한 대화를 하기 위한 취지로 권장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평어는 반말과 존댓말과 달리 '상호간에 쓸 수 있는 공평한 언어'다. 보통 윗사람(반말)/아랫사람(존댓말)로 알고있는데 평어는 이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서로간의 편견을 없애고 이해와 존중을 하며 친밀감을 더욱 높인다. 참 건전하고 솔직한 언어다. 나는 이 평어가 우리 사회의 혐오와 계층간의 차별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선 평어사용의 예시와 후기가 담겨있다. 이 덕분에 '평어는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하지?"라는 의문이 해소되고 또 평어의 사용이 얼마나 건강한 상호관계를 유지시키는지 잘 알수 있다.


📖"건강한 <너 부르기>"

/p.13


평어와 반말의 또 다른 차이는 '너'의 사용에 있다. 평어에서는 '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아직 많다. 이 점에서 평어는 친구들끼리 사용하는 반말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이것이 다일까? 너에게로 다가갈 수 없는 수줍음이 아직 조금 남은 것 아닐까? 언젠가 "너, 지금 '너'라고 했어?"의 반가운 너를 예감하고 있는. 아직 '너'사용을 삼가는 평어 사용자들의 직관은 '너'를 찾는 모험을 선물처럼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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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2


나는 너의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편이다. 이 상태는 철학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품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험을 통해서밖에 말할 수 없지만, 평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집단은 아마도 얼마 있지 않아 너의 사용이 유예된 이 특이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너의 존재와 부재가 동시에 느껴지는 그 시간은 너의 의미를 성찰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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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칭의 힘을 믿는다.


적절하고 호감있는 호칭과 모든 이의 평등을 지향하는 평어사용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유려하고 무던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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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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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기>

나는 여자로 태어나 사회적, 생물학적으로 갖가지 '부캐'를 가지고 있다. 딸, 누나, 언니, 아내, 며느리, 엄마.... 하지만 나는 "나"라는 본캐로만 살고 싶었나보다. 딸의 무게와 아들과의 차별은 불편했고, 누나나 언니가 주는 친근함 또는 무례함, 아내로 겪는 부당함과 불쾌한 취급, 며느리라며 '대리효도'를 은근히 강요받는 사회, 그리고 엄마니까 응당 겪어야하는 일들까지.... 딸-을 제외하면 내가 사회에 나와서 응당 겪어야 할 일이었고, 아내, 며느리, 엄마는 내가 '선택'한 부분이니 어디가서 말은 못하지만 그 삶이 "온전히 내가 하는 일"이 아닌 그것으로 엮인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시련을 겪는것이 혼란스러웠다. 부캐가 무너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칠수록 내 본캐가 흔들리는게 가장 힘들었다. 처음으로 '여성이라 겪는 일'에 내가 휘말려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곰곰히 되짚어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때마침 좋은 기회로 [여전히 미쳐있는]을 읽게 되었다. 희대의 베스트 셀러이자, 고전에 가까운 명작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로 잘 알려진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최신작이라 끌린 것도 있지만, 직설적인 제목과 단순히 여성운동, 페미니즘에 대한 학문적이고 학술적인 부분 외에도 '글쓰기'까지 확장한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다. 두께운 책 두께와 주제에 무색하게 단번에 읽었다. (다소 부담스럽다면 차례를 보고 본인이 관심있는 년대부터 나눠서 봐도 괜찮음.) 흔들리는 1950년대부터 후퇴와 부활의 21세기까지 어떻게 페미니즘문화와 역사, 그리고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낸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놀라운 부분은 언어와 인종이 다르고 나는 공부는 커녕 시사에도 밝지 않은 한낱 촌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 공감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이기에' 이 일련의 과정이 남일 같지 않았을 것이며, 페미니스트 철학자로서의 수전 손택이 단순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본인의 철학과 그 이상, 놀라운 글쓰기 기술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어렵지 않고 굉장히 '진솔하고 신랄한, 하지만 대상자를 따스하게 보듬어 줄줄 아는' 책이니 누구라도 꼭 읽기를 권한다.

-인상깊은 구절
p.46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매 10년 동안 여성의 삶을 파고든 모순들이 ,세상이 요동칠 때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데 필요한 전략을 학습하고 재학습해야 할 당위성을 자극했다는 우리의 주장만큼은 밝힐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함께 저 벽장에 쓰인 글귀를 읽을 수 있다.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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