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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평점 :
👉🏻우리가 "여행책"이라고 하면, 특히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라면 대부분 매우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보기만해도 "와앗 대담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번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제목 하나만으로 지치지 않는 물음표가 이어졌다. 문득 그 물음표의 해답이 궁금했다. 그는 대체 왜? '소심'한 '중년''아재'인데 '혼자''산티아고'를 간거야?
📖 작가는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을 혼자 가면서 많은 사람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중년아재"의 "혼자"여행이 솔직하게 드러나 굉장히 투박하고 진솔한 책이었다. 빨래방에 처음 가봐서 작동법을 몰라 반려동물 세탁기를 쓰고, 한국인들만 한 방에 배정한 것을 두고 '인종 차별이 아닐까?'의심도 한다. 자녀뻘되는 청춘들과 동행하다가도 '그들 덕분에 편한 것'에 어느 순간 초심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고 과감히 헤어지거나, 불유쾌한 상황도 '아재의 노련함'으로 '그럴수도 있지'라고 넘어가다가도 '이건 좀 아닌데'싶은건 투정도 부린다.
이쯤되면 "왜 작가는 굳이 산티아고로 간가지? 왜 혼자? 직장을 그만두고 허리디스크가 악화되었음에도 강행한거야?"는 물음이 생긴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어도 이 물음에 "이겁니다"는 확실한 대답은 없다. 하지만 지치지 않는 물음표를 계속 던지다보면 때로는 그 물음이 쌓여 어떤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p.171
까미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하다. 남녀 구분 없는 낯선 알베르게.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순례자가 합창하듯 코를 고는 사이에서 자야하고, 매일 씻고 빨래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편한 게 없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럼에도 부룩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많은 사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그리워하며 다시 가고 싶어 한다는 이른바 '까미노 블루'를 앓는다고 한다. 과연 나도 순례길을 완주하고 나면 '까미노 블루'에 시달리게 될까? 산티아고 순례길은 참 묘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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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자마자 작가와 "내적 친밀감"이 들면서, "야, 너 이번에 산티아고 다녀왔다면서? 근데 너 허리 아픈건 어쩌고? 직장은 어떻게 하구? 별일 없었어?"라는 내 질문에 친구가 "아, 말도마- 뭐 부터 이야기 해볼까"라고 기나길고 재미난 여행 이야길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겠지. "야, 너 대단한데? 와 그 외국인 어떻게 되었을까?" 친구가 여행을 통해 많은것을 보고, 배우고, 이야길 하는데 친구의 반짝이는 눈과 쉴새없이 움직이는 입, 그리고 "갈만한 여행이었다"고 온몸으로 보여주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친구가 대견하고 멋져보여서 듣는 내가 뿌듯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