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요 - 봄사무소의 라이크 모먼트
봄사무소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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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

“좋아하는 것들을 잃지 않기를“

제주에 내려와 그 어느 때보다
자연과 더 가깝게 지내고 있는
‘봄사무소’입니다.

가깝기도 하지만 멀다면 먼 제주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의 방향에 따라
꼭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
이 책에 담고 싶었어요.
우리 함께 제 그림처럼 동글동글 귀엽게
좋아하는 무언가를 잃지 않고
지내보는 건 어떨까요?
-
📖푸근한 미소, 은근한 눈매, 푸짐한 몸매, 알록달록 멋스러운 옷. 잔주름과 인상은 영락없는 ‘어르신’이지만, 보다보면 연세고 뭐고 보이지 않고 그냥 <아, 예쁜 커플>이구나 탄성이 나오는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봄사무소의 그림의 첫인상이었다. 봄사무소 작가의 글과 그림은 좀 남달랐다. 상업작가로 큰 성공을 이뤘지만 세속적이게 느껴지지 않고, 대단한 작품성과 작가의 근엄함을 유지하지 않지만 ‘아, 이 사람은 작가구나’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과 그림은 언제 어디서 봐도 탄성이 나온다.

거기다 곳곳에 펼쳐진 제주는 어떤가. 제주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도, 몇 번이나 다녀온 사람도, 어쩌면 그곳에 사는 사람도 “아, 제주가 이렇게 좋은곳이었어?”라고 놀랄것이다. 처음엔 봄사무소 그림 에세이로 그의 작품을 실컷 보고 이야길 듬뿍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에 페이지를 펼쳤지만, 이내 들어오는 제주의 속삭임과 먹거리, 볼거리에 매료될 것이다.

✨봄사무소의 모든 글과 그림은 사랑스럽다. 그래서 그가 보는 모든 것이 예쁘고, 그래서 그걸 그대로 담아낸 책의 모든 페이지가 참, 반짝이고 멋졌다.

👉🏻봄사무소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솔직함, 푸근하고 인자한 커플을 보고 있으면- 나도 이런 삶을 꿈꿨는데... 아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아니 이러지 않아도 뭐 어때? 나의 “좋아하는 곳”,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시간“을 만들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나는 그랬다. 부러우면 지는거, 지지 않으려고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의 <좋은것>을 찾기로 했다. 이건 내가 덜 비참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거다.)

🌈그리고 그 좋은것을 아낌없이 사랑하기로 했다. 그게 사람이건, 장소건, 물건이건. 봄사무소 에세이 덕에 나는 좋은것을 찾는게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그로 인한 행복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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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 - 순수했던 어린 날, 그때 우리를 기억하나요
윤상은 지음 / 도트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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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 는 아주아주 평범한 책이다. 여기서 ‘평범’이라는 건, 여느 책과 달리 다이내믹한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있거나, 독특하고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색다른 주제로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다는 뜻이다. “에이, 그럼 무슨 재미로 보나요“라고 책을 슬쩍 펼쳤다가 그 <놀라운 평범함>에 매료되어 책 한권을 뚝딱 읽었다.


👉🏻우선 이 책은 불편하지 않다. <언니와 나>라는 제목만 보고 자매간의 다툼과 시기, 샘, ”언니면 다냐“, ”동생이면 다 양보를 해줘야하냐?“고 싸우지 않는다. 언니는 이랬고 동생은 이렇다고 굳이 ‘언니’와 ‘동생’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 책은, 아주 소소한 나의 일상을 담았을 뿐이다. 다만 거기에, 돌아보니 항상 <언니>가 있었다는걸 아련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밤이 무서운 동생을 위해 옆에서 함께 자주고, 사방팔방 물놀이 한 후 엄마에게 혼날 걸 함께 걱정하고, 담벼락에 같이 그림을 그리고,.. 나의 일상 곳곳에 언니가 함께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언니가 동생이 귀찮아서 숨기도 하고, 언니 혼자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럴땐 언니는 다른사람 같다. 하지만 언니는 항상 내옆에, 나도 언니 옆에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 함께있다. 뭐든 <함께> 언니는 ‘함께’라는 말이 너무나 어울리는 사람이다.

/p.122
달빛 아래 우리

조용한 밤. 언니와 속닥이던 시간이 참 좋았어요.
학교에서 만난 친구.
흥미롭게 읽은 책.
친구에게 들었던 말들...
온전히 내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어 편안했지요.
잠시 흐르는 정적도 좋았어요.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가끔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언니가 보고 싶어져요.
다음에 만나면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언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면...”
-
✍🏻나는 친언니가 없다. 하지만 내 곁엔 늘 언니들이 있었다. 어릴적엔 사촌언니, 동네언니가 있었고, 학창시절엔 선배언니, 사회생활하면서는 주임언니, 과장언니, 아이를 낳고 나선 동네언니, 원래 알던 언니, 그리고 서로를 만만하게 여기면서도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촌언니까지.

👉🏻수많은 친족간의 별칭 중 ‘언니’라는 말은 왜 이리 특별한지. 누나나 형은 듬직하지만 어렵게 느껴지고, 동생은 마냥 아이같고 그런데 “언니”는 좀 유달리 느껴진다. 언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렇다. 1. 편안하다 2.든든하다 3.만만하다 4.어려울때 늘 나서준다 5.나보다 동생같을때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인생선배기도 하다.
-
✨얼마전엔 시어른이 가는 교회에 아이들이 다녀왔다. 유아반 지도를 해주시는 분이 예전에 큰어린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신데, 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매번 나도 몰랐던 아이의 이야길 해주셔서 놀랐는데 그날은 진짜 생각치도 못한 말을 들었다.

”어머니, 큰어린이가 그러더라고요. <선생님 저는 동생이 좋아요. 동생은 늘 저를 웃게 해주거든요> 아유,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간식도 동생 줄거라고 한개 더 달래서 제가 하나 더 줬답니다.“

나는 그전까진 큰어린이, 작은어린이를 ‘내 아이들’로만 생각했지 큰어린이가 ‘언니’라고 생각해본적이 딱히 없었다. 그냥 둘이 늘 투닥거리는 아이들이지 뭐. 그런데 선생님의 이야길 듣고 새삼스럽게 ‘아, 우리아이가 <언니>구나’싶었다. 그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독 ‘언니랑 잘 지내라’, ‘언니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라고 해줬던것 같다.

<언니>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거구나. 6세도, 36세도. 그래 우리가 다 <언니>구나. 세상의 모든 <언니야>들, 고맙고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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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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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도서들은 그 ‘보이는’화각을 넓혀준다. 보이는게 많으니 그 만큼 궁금증도 늘어나고 수많은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면서 나의 지식이 쌓인다. 보통 이런 경우 방대한 정보를 전하려다보니 어떠한 작품, 사실 등을 ’떠먹여주고 퍼다먹이는‘ 식이다. 덕분에 독자는 가만히 책만 읽어도 방대한 양의 지식이 쏙쏙 쌓이지만,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과 작품에 대한 감동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고기를 잡는 법’과 ‘이 고기는 이런 종류인데, 이런 연유가 있다고 합니다’고 슬쩍 알려준다. 그 이후 감상과 감동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나는 <사쿤탈라>가 그저 격정적인 연인의 사랑의 몸짓을 담은 작품인줄 알았는데, 비극적인 결말을 온몸으로 드러냈다는걸 처음알았다. 오싹, 전율이 돋았다.

ㅣ「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서재에 꼭 둬야하는 이유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알짜만 쏙쏙 볼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있다고 생각한 작가들의 “몰랐던“이야길 들을 수 있다.
▪️책 속에 작품들의 사진이 비교적 선명하고 깨끗한 인쇄 퀄리티로 원작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클림트’, ‘모네’, ‘쇠라’, 빈센트 반 고흐‘등 고전 명작부터 ’잭슨 폴락‘, ’에드워드 후퍼‘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인 작품 등 시대를 초월해도 감동이 전해지는 깊이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l 인상적인 작품

☑️프리다 칼로, <부서진 기둥>
통상, 프리다 칼로를 주제로 하면 남편의 외도, 교통사고로 망가진 몸, 유산 등을 언급하며 ‘여성‘, ’여자로써 참으로 기구한 운명‘임을 내세워 정작 작품에 대한 언급과 설명은 단편적이었다. 특히 프리다 칼로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자화상이나 몇몇 기괴한 작품들을 보며 작가가 아닌 “여자”로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살았고, 그래서 그게 작품에 투영되었다-가 대부분의 설명 전부였다. 나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보고, 그 강렬한 색감과 정열이 남달라서, 작품이 좋아 그녀를 접하게 되었던지라 이 부분이 항상 아쉬웠다. 작가가 이런 삶을 살아 이런 작품이 나왔다. 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애당초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명칭을 싫어한 작가의 일화를 시작으로 <부서진 기둥>을 보여주며 그 자화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작품의 곳곳을 살피며 어떤식으로 작품이 “전개”되었는지 담아냈다. 덕분에 “어휴 놀래라”라고 보고 지나칠 수 있었던 <부서진 기둥>을 작가의 설명에 따라 찬찬히 기둥부터 살피며 이 기둥이 하나가 아니라 조각조각난 기둥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것이고, 어느 하나 과장됨 없이 적나라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것에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제목은 <부서진 기둥>일지언정, 이를 통해 ’나는 어찌 되었건 더 견고하고 튼튼하게 살아남을 거다. 서 있을거다‘는 작가의 의지를 여실히 엿볼 수 있었다.

/p.218
그녀는 죽음조차도, 죽음의 직전까지 끝나지 않을 고통조차도 이제는 늠름히 받아들일 태세다. 아무것도 그녀의 영혼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도, 세상의 차가운 시선도, 엄마가 될 수 없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끝없는 절망도. 그녀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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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손에 든 자 - 대학병원 외과의사가 전하는 수술실 안과 밖의 이야기
이수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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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손에 든 자」는 대학병원 외과의사로 재직중인 이수영 교수가 쓴 의사이야기다.


▶️이 책의 부제를 정하자면 <인간의 희노애락>이라고 해얄것같다. 온갖 인간군상을 다 겪고, 생명의 처음과 마지막을 마주해야하는 의사의 숙명과 그 조차 한낱 인간임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알았을때, 그리고 인간으로 삶과 의사로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역력한 작가의 고백이 잘 드러나 있다.


​👉작가는 우리가 알고있는 의사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의사의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 특히 "내 환자"를 위해 자신의 건강도 기꺼이 뒤로 미루는 부모님 같은 마음을 드러냈을때 짠한 감동이 밀려왔다.


ㅣ왜 이 책의 마지막이 [우리, 애기]일수밖에 없었나


👉나는 책을 볼 때 차례를 한참 보면서 이 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이야길 담아냈는지 한참 본다.그런데 차례를 보던 중 "어?"라고 몇 번이나 차례의 앞 뒤를 뒤적였다. 차례가 한 장 더 있어야는데 빠졌나? 왜 마지막이 이거야? 우리 애기? 제목만 봤을땐 마무리로 짓기에 너무 힘이 없는듯 했다.


대망의 마지막 <우리, 애기> 내용도 짧았다. 실제 이 에피소드 읽기까진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 마지막 문구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를 진짜 한참 바라보았다. 아. 과연. 이 책의 마무리는 이 이야기여야 했다 싶었다. 책 좀 읽었다고 '왜 이게?'라면서 단단히 벼르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우리, 애기>는 전공의도 한번 듣고 외우기 힘든 증후군을 가진 환자와 그 보호자의 이야기다. 서른 넘은 환자는 키가 130도 채 되지 않았고, 몸무게도 30키로그램이 되지 않았다. 어른이면서 어른이 아닌 기묘한 환자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수술을 시작하고 나서 예상보다 더 심각한 배 속 상태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보호자를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모든걸 설명했고, 보호자의 몇 가지 질문에 답을했다.


/p.265


어두웠던 어머니의 표정이 묘하게 담담해졌다. 나는 그 담담함이 이름을 외우기조차 어려운 증후군을 가진 남자의 삼십 평생과 함께해온 어머니에게 자연스럽게 체화된 체념과 수용인 것 같아 보여 더 슬펐다.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던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교수님,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네, 말씀하세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 우리 애기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짧은 에피소드엔, 그 동안 보면서 느낀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있다. 아무 말이 없어도 환자의 상태만 봐도 그의 고통이 느껴졌고, 차라리 큰소리로 오열하고 의사를 원망했으면 할 정도로 담담한 보호자의 말과 행동엔 그 어떤 슬픔과 진한 아픔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온갖 환자와 보호자를 다 겪었을 의사가 어떻게 이들을 대하고, 환자를 오랜 기간 본 보호자의 인고의 세월을 보편적인 인류애를 넘어 같은 인간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아, 그래. 이 책의 마지막은 이 이야기여야 했다.


👉무엇보다, 책에 사진이나 삽화가 없이 오로지 빽빽한 글로 가득찬것이 좋았다. 온전히 글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덕분에 몰입도 쉬웠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생생히 전해져왔고, 그 덕에 냉철하고 권위적일것만 같던 대학병원 의사들이 좀 더 편하게 다가왔다. 신의 영역이라는 생명을 다루지만, 사실 누구보다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점도 새삼 느꼈다. 의사라는 직업이 좀 친근해진것 같다.


▶️「메스를 손에 든 자」를 읽는내내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숱한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사람을 고치면 "의사니까 당연하지",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단 0.1%의 가능성에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결과가 잘못되었을때, 의사가 가지는 자괴감, 죄책감은 얼마나 클것인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사람. 그 '무엇'은 환자의 건강, 보호자의 안위, 그리고 의사 스스로 <본전치기라고 할 지라도 의미있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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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개정판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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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것은 다 너를 닮았다」​​는 소소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친다. 실제로 나 또한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귀여운 작가의 일상 에세이인가?”싶었다.


👉그런데 책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이다. “행복해지기로 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생긴 일, 감상, 그리고 남겨진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갔다.


​😮재미난 점은, 책의 크기가 앙증맞고 그에 맞게 글자의 자간과 장평, 글씨체가 마치 “속닥속닥”거리는 것 같이 작고 간결하다는 것이다.


만일 이 책이 양장본으로 아주 두껍고 멋드러지게 나왔다거나, 책의 크기가 보편적인 책의 크기였거나, 책의 표지에 “이건 세계여행을 다녀온 작가 에세이입니다”고 큼지막하게 여행 사진이나 풍경이 있거나, 글자 크기가 큼직하고 글씨체가 조금이라도 두꺼웠다면 책의 본질과 작가 특유의 이야기 진행과 흐름이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리다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여행>에만 치우치지 않고 작가가 처음에 말한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는 주제가 쭈욱 이어진 전개가 좋았다.


여느 여행기처럼 일정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었고, 세계 각국의 명소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곳의 정보 위주일 수도 있었고, “여자 혼자 세계 각국을 돌았다”는 타이틀을 달 수도 있었을건데 감사하게도 이 책은 마지막까지 행복을 찾아, 그리고 그를 위해 나의 내면, 타인과의 관계에 보다 집중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자주 언급되는 진우님이 참 궁금했고, 모든 사랑의 마무리가 결혼은 아니지만- 두 분이 헤어지지 않고 쭈욱 함께하셨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사실 스포일러로, 맨 처음 ‘개정판을 내면서’에 언급이 되었다) 역시나, 두 분은 결혼을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멘트가 참 멋졌다. 그래, 이게 바로 결혼의 목적이자, 결혼은 이래야는거 아닌가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p.7

책 속에 자주 등장하던 진우와는 결혼했다. 내가 고른 오답에 남몰래 동그라미 쳐주는 따듯한 사람과의 삶은 큰 이벤트가 없어도 조용히 행복하다.


진우는 심술 맞고 구겨져 있는 나를, 양보하고 희생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이기적인 나를 착해지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좋은 사람의 옆에서 내가 꾸준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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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제목을 보는데 문득, 누군가에게 기꺼이 좋은 수식어와 인사를 나누던 뭉클한 순간이 떠올랐다.


”나를 닮았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것이며, 책을 다 읽으니 작가님이 충분히 ‘예쁘다’는 수식어를 받아야는데 그 예쁜말을 독자에게 기꺼이 나눠주셨다. 그 마음, 고스란히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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