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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도서들은 그 ‘보이는’화각을 넓혀준다. 보이는게 많으니 그 만큼 궁금증도 늘어나고 수많은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면서 나의 지식이 쌓인다. 보통 이런 경우 방대한 정보를 전하려다보니 어떠한 작품, 사실 등을 ’떠먹여주고 퍼다먹이는‘ 식이다. 덕분에 독자는 가만히 책만 읽어도 방대한 양의 지식이 쏙쏙 쌓이지만, 책을 읽고 느끼는 감상과 작품에 대한 감동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은 ‘고기를 잡는 법’과 ‘이 고기는 이런 종류인데, 이런 연유가 있다고 합니다’고 슬쩍 알려준다. 그 이후 감상과 감동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나는 <사쿤탈라>가 그저 격정적인 연인의 사랑의 몸짓을 담은 작품인줄 알았는데, 비극적인 결말을 온몸으로 드러냈다는걸 처음알았다. 오싹, 전율이 돋았다.
ㅣ「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서재에 꼭 둬야하는 이유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알짜만 쏙쏙 볼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있다고 생각한 작가들의 “몰랐던“이야길 들을 수 있다.
▪️책 속에 작품들의 사진이 비교적 선명하고 깨끗한 인쇄 퀄리티로 원작의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클림트’, ‘모네’, ‘쇠라’, 빈센트 반 고흐‘등 고전 명작부터 ’잭슨 폴락‘, ’에드워드 후퍼‘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인 작품 등 시대를 초월해도 감동이 전해지는 깊이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l 인상적인 작품
☑️프리다 칼로, <부서진 기둥>
통상, 프리다 칼로를 주제로 하면 남편의 외도, 교통사고로 망가진 몸, 유산 등을 언급하며 ‘여성‘, ’여자로써 참으로 기구한 운명‘임을 내세워 정작 작품에 대한 언급과 설명은 단편적이었다. 특히 프리다 칼로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자화상이나 몇몇 기괴한 작품들을 보며 작가가 아닌 “여자”로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살았고, 그래서 그게 작품에 투영되었다-가 대부분의 설명 전부였다. 나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보고, 그 강렬한 색감과 정열이 남달라서, 작품이 좋아 그녀를 접하게 되었던지라 이 부분이 항상 아쉬웠다. 작가가 이런 삶을 살아 이런 작품이 나왔다. 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애당초 “초현실주의 화가”라는 명칭을 싫어한 작가의 일화를 시작으로 <부서진 기둥>을 보여주며 그 자화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작품의 곳곳을 살피며 어떤식으로 작품이 “전개”되었는지 담아냈다. 덕분에 “어휴 놀래라”라고 보고 지나칠 수 있었던 <부서진 기둥>을 작가의 설명에 따라 찬찬히 기둥부터 살피며 이 기둥이 하나가 아니라 조각조각난 기둥이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것이고, 어느 하나 과장됨 없이 적나라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것에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제목은 <부서진 기둥>일지언정, 이를 통해 ’나는 어찌 되었건 더 견고하고 튼튼하게 살아남을 거다. 서 있을거다‘는 작가의 의지를 여실히 엿볼 수 있었다.
/p.218
그녀는 죽음조차도, 죽음의 직전까지 끝나지 않을 고통조차도 이제는 늠름히 받아들일 태세다. 아무것도 그녀의 영혼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도, 세상의 차가운 시선도, 엄마가 될 수 없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끝없는 절망도. 그녀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