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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p.8
손바닥만 하나 텃밭 하나 어디 없나 아쉬워하던 그즈음 나는,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인생이 아깝단 생각에 무작정 쉬고 싶어 자발적 조기 은퇴를 하게 되었다. (...)
밭을 잃은 엄마 아빠, 직장을 버린 나, 우리는 작당모의 끝에 내가 사는 군산에서 함께 밭농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
나중에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으면 이 땅에다 농사 안 하고 나는 뭐 할거냐고?
‘글쎄, 딱 나도 그때까지만 살지 뭐. 오~ 이런 멋진 생각을 내가 하다니.’
이 말이 나오려다 목울대가 찌르르 아파왔다.
밭에 가는 날은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애인이랑 데이트하러 가는 날처럼 좋다. 이 글은 밭농사 이야기이며서, 바다보다는 졸졸졸 시냇물 같은 인생 소풍 이야기이다.
👉🏻보통 에세이라면 “공감”을 필두로 삼아 감동과 교훈, 웃음을 선사하는데- 이 책은 굳이 같은 ‘여자’, ‘귀농인’, ‘이혼’ 등 작가의 상황과 같지 않더라도 에피소드 자체로 삶의 의미와 감동,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의 곳곳에 녹아있는 솔직함과 유머! (+허리디스크 환자라면 아는 그 아픔!) 찡하다가도 깔깔웃는 포인트가 어찌나 많던지, 오죽하면 “아 이 책 제목은 <깔깔 유우머 귀농일기>로 해도 되겠는데 싶었다)
✨과연 내 13년 후도 이렇게 깔깔 웃을 수 있을지, 환경은 다를지라도 유쾌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가족이 귀농을 했다. 식구는 엄마, 아빠, 딸, 그리고 사랑스런 야옹이 두 마리. 텍스트로만 본다면 단란한 가족이지만 작가의 나이와 결혼의 유무, 미혼이나 비혼보다 더 많은 말을 듣는 ‘이혼 후 돌싱‘이 들어간 순간 이 책을 본 몇몇 독자들은 일순간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이 책을 읽던 중 지인이 “요즘 뭐 읽어?”라고 물어보길래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라는 책을 본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어머, 요즘 농촌도 로봇으로 농사를 짓나보지?“라고 한다. 50세 딸이 조기은퇴하고 야옹이들과 부모님과 함께 귀농한 이야기라고 하니 또 눈이 동그래진다 ”어머, 결혼도 안하고? 어머 이혼했다고? 그걸로 먹고 살아 진대?“ 이쯤되니 내가 잘못했다 싶었다.
▫️이 책은 사실 너무나 따뜻하고 유쾌한 한 사람의 일기인데... 조기은퇴라는 말에, 작가가 얼마나 착실하고 성실하며 이 치열한 귀농의 삶에 적응하려 애쓰는지가 가려졌고, 50세에 돌싱이 되었다는 소개에, 귀여운 야옹이들이 얼마나 행복과 위안을 주고, 부모님과 부대끼고 살면서 가족의 정을 느끼는지 덮어진 것 같아서 책에게 너무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