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베리 공원의 친구들 동화 보물창고 22
신시아 라일런트 글, 아서 하워드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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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직하고 올곧게 살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은 맞는데, 자칫 융통성 없이 고지식하게 살게 될까봐서 말이다. 도를 지키면서도 고지식하지 않게 살아야 하는데, 나 역시 재주가 없으면서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 이런 내 고민에 대해서 시어머님께서는 "그런 것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살면서 배우는 게지."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르게 사는 데는 요령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한 것인데, 그 지혜라는 것은 살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치는 것이라는 말씀이셨던 것 같다. (서설이 길어졌습니다. ^^;)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기억하며 읽었던 이 책은 메이 아줌마처럼 따뜻하지만, 아린 상처 없이 즐겁고 유쾌한 책으로, 내 고민 중의 한 가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상살이에 대해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해답을 준 책이다. 내가 직접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가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게 하는 책~.

구스베리 공원에 사는 청설모 스텀피와 아기들,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박쥐 머레이, 마음 따뜻한 개 코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라게 그웬돌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정어린 이야기. 재미있게 잘 짜여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상살이.

친구에게 생긴 기쁜 일에 대해서는 나도 진심으로 기뻐한다 ... 친구의 슬픔은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기 쉬운데 기쁜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기뻐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코나는 청설모 스텀피가 아기를 낳게 되는 데 대해 진심으로 기뻐해준다. (너무나 따뜻한 코나를 만날 수 있어요.)

내 친구의 친한 친구는 내게도 친구 ... 나랑 가까운 친구가 다른 친구와 무척 가까울 때, 그 관계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소라게 그웬돌린은 자신의 친구 코나를 통해 알게된 청설모 스텀피의 일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친구 일인듯 기뻐해 주고 염려해 준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라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친구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힘 닿는 데까지 '행동으로' 도와야지 ... 어려운 일이 닥친 친구에게는 위로만으로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행동으로 돕는 일. 코나는 빙판길을 헤치고 달려가 우박으로 집을 잃은 스텀피의 아기들과 머레이를 구해오고, 스텀피를 다시 찾을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보살핀다. (어려움이 닥친 스텀피를 돕기 위해 함께 뭉친 친구들의 활약은 감동적이에요.)

나와 다른 삶을 사는 듯한 이웃도 때로는 도움이 된단다 ... 나와는 삶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게도 된다.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족제비, 으스대는 듯한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많은 정보를 가진 고양이, 이들이 없었다면 길 잃은 스텀피를 찾기도, 스텀피의 새 집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이웃에게서 도움 받는 장면을 보며,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떠올려보세요. ^^;)

선한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이에게 미안한 것은 미안한 것  ... 내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옳은 일을 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미안한' 일이다. 코나의 주인인 앨버트 교수 몰래 스텀피의 아기들과 머레이를 부양하느라 집안의 식량(!)을 축내고, 집안을 어지럽히게 되어 전전긍긍하는 코나, 스텀피의 일만 해결되면 다시는 말썽을 피우지 않고 착한 개가 되겠다고 맹세를 한다. (정말 예의 바른 개, 코나에요.)

친구들과의 관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세상살이는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가치관임에도 불구하고 말로 가르치기는 참 어려운데, 이 책은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동물들의 우정 이야기와 함께 풀어놓았다. 아이가 독후감을 쓰며 '나도 이런 친구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썼으니 기초는 만들어준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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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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