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와 특별히 많은 것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슬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 몇 권을 같이 읽는 정도 ... 그나마 리뷰를 제대로 쓰지도 못 했기에, 슬이와 함께 읽은 책들을 간단하게 기록해 두려고 한다.

 우리 때보다 요즘 아이들은 나들이가 흔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소풍'이라는 말에 설레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소풍 준비를 돕는다며 뒤죽박죽 김밥을 만들거나, 가방을 뒤섞어놓거나, 설레며 먼저 집을 나섰다가 옷을 더럽히고 들어오는 아이 ...

그림 하나하나를 모두 좋아하기는 하지만, 슬이가 특히 공감하는 부분은 "이제 우리 가는 거야?"라며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부분~ 온 식구들이 집을 나설 때마다 신발을 챙겨신고 "이제 가는 거야?", "오빠, 기다려, 혼자 가지 마"를 했던 슬이에게 '집을 나서 소풍을 떠난다'는 것은 그림만으로도 설레는 일인 모양이다.
슬이는 책 뒷표지에 있는 야외에서의 놀이 장면까지도 즐겨본다. 마치 숨은 그림이라도 찾는 듯, "가방이 여기에 걸려있네", "인형이 나왔네"라면서 말이다. 

오빠보다 더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은 슬이.
크레파스로 무언가를 그린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지, 이 책을 줄기차게 찾는다.
"자꾸 자꾸 칠해서 엉망이 되어 버렸네"라면서 말이다.

이 책의 원래 의도까지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나서서 일부러 교훈을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 ^^;)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한 토실이, 잠 잘 시간이 되어도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목욕하고, 발가락(!)도 깨끗이 닦고, 우유도 한 잔 마시고, 양치질도 하고, 책도 읽고, 같이 잘 친구들도 셋씩 챙기고,  ... ^^

마치 그냥 잠들기가 너무나 싫은 아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늑장을 부린다. 어쩌면 우리 아이의 모습과 이렇게 닮았을까? 슬이도 토실이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놓는 모양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에서 그 절친함을 보여주었건 큰 곰과 작은 겨울잠쥐.
이 책에서는 둘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둘이서 케이크 가게에서 선물로 받은 작은 화분을 옮겨심었을 때 예상과 달리 무엇이 열렸는지도 ... 숲 속 친구들의 아기자기한 우정과 함께 식물의 열매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우리 슬이는 우선 '먹는 것'에 관심이 더 가는 모양이다. "엄마, 먹는 이야기 볼래요"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케이크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구워먹는 호박과 고구마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 케이크에 더 관심이 있다. "엄마, 케이크 먹고 싶어."란다. ^^  (이 책에 나오는 케이크 가게에서 큰 곰은 벌꿀 몽블랑을 고른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케이크를 예로 든 것이 맘에 걸렸으나 ... 일본에서 보았던 케이크 가게에 우리 나라 제과점의 빵 종류만큼이나 많은 몽블랑 종류를 보았기에, 그리고 그 몽블랑의 모양과 재료가 딱 곰이 좋아하는 것들을 설명하기에 흠은 잡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도 그다지 낯설어하지 않는 듯 ^^;)

이 책은 슬이가 좀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즐겁게 본다. 매일 저녁 읽어야 하는 책 중 하나. 릴리의 춤추는 모습도 좋아하고, 릴리가 그린 슬링어 선생님 그림도 좋아하고, 릴리의 '우와' 도 좋아한다. 그림 구석구석을 얼마나 열심히 들여다보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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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3-1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아이이기에 먹는 것에 손이 가는 것이 당연지사겠지요.
어릴 때 부터 책을 읽어주고 읽히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울 아이들을 키우면서 실감합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대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거든요. ^*^

bookJourney 2008-03-17 17:24   좋아요 0 | URL
제가 해준 것보다 더 ... 저희 아이들 둘 다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 나들이를 즐겨하는 것을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

순오기 2008-03-1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 봐도 슬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습이 떠올라요.^^
'우와~~'엄마가 책 읽어주었던 추억이 평생 아름답게 간직될 행복한 슬이를 위하여!

bookJourney 2008-03-17 17:25   좋아요 0 | URL
"한 권만 더", "딱 이거 한 권만"이라고 하면서 대여섯 권씩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짜증 내는 엄마 모습은 잊어주어야 할텐데요, 살짝 걱정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