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8
라 퐁텐느 지음,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그림 / 보림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잘 알려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이야기 자체보다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에 마음이 끌려 구입했던 책이다. 실감나게 묘사된 토끼와 거북이, 수풀 등과 함께, 여우, 닭, 다람쥐, 부엉이 등의 구경꾼 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화를 통해 아이에게서 '교훈적인 답'을 받아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겸손과 끈기라는 교훈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었었다. 

그런데, 작년에 첫째 아이의 국어 문제집에 '이야기 바꾸어 보기'에 관한 문제의 지문으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 거북이가 자고 있는 토끼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토끼를 깨웠다면 결말이 어떻게 바뀔까?"라는 식의 문제였고, 답안지에는 "예: 토끼와 거북이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결승점에 들어왔을 것이다 등"이라고 모범적인(!) 답안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문제 제출자는 겸손과 끈기 대신 공정함, 협력, 배려 같은 개념을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다.)

초등 3학년인 우리 아이가 쓴 답안 ... 
토끼가 거북이를 놔두고 혼자서 결승점까지 뛰었을 것이다. (^^;)

아이의 솔직한 답을 보면서 잠시 웃을 수 있었다 ...
그러나, 한 편으로는 '어른'으로서의 걱정도 따라온다. 아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그냥 두면 안되는 건가? 아이에게 어른들이 원하는 교훈적인 답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건가? ... 아니면, 결말을 바꾸어가면서까지 아이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던 어른들의 시도는 좀 곤란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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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0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교육적 의도라는 게 좀 그렇죠?
이럴 땐, 그냥 뒷이야기 바꿔쓰기나 이어쓰기로 아이들 생각이 드러나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bookJourney 2008-01-08 14:31   좋아요 0 | URL
아이의 답을 보면서,"이 답 말이야 ... " 했더니, 아이가 "왜요? 틀렸어요? 이렇게 쓰면 안되나요?"라고 하더군요.
결국 "아니, 틀린 답은 아닌데 ... 네가 토끼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지도 생각해 보라고 ... " 정도로 답하고 말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