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살된 둘째 아이가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던 날, 처음 고른 책 중 하나가 <<엄지공주>>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른 바 '명작'이라고 알려진 이야기를 아가들(유아?) 연령에 맞추어, 만화 같은 그림과 함께 편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 아이 몰래 대출하려는 책에서 슬쩍 빼고 집에 왔다.
그 날 저녁에 '도서관 가방'을 몇 번이나 뒤지면서 '꽃 책'이 없다고 어찌난 칭얼대던지 ... 얼버무리느라고 진땀을 흘려야 했다 ^^;;;
이 번에 도서관에 갔을 때, 아이가 골라낸 책은 <<황금 거위>>와 <<개구리 왕자>>.

신기하게도, 내가 지난 번에 은근슬쩍 대출 대상에서 제외시켰던 책들과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이미 '꽃 책'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데다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맘 먹고 있었던 터라 두 말 않고 빌려왔다. '크기가 작아서 좋아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아이가 이 책들을 너무 좋아한다.
저녁에 읽어야 하는 예닐곱 권의 책 중에 꼭 들어가는 책이며, 한 장이라도 건너뛰고 읽으면 안 되는 책이다. 심지어는 책을 읽은 후 뒷표지에 있는 시리즈 도서의 그림들을 보며, 지금 읽은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아이에게 바보 같은 질문을 할 뻔했다. "이 책이 그렇게 좋아? 어디가 좋은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무슨무슨 상을 받은 책, 평단의 추천을 받은 책만 좋아하라는 법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