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도서관에는, 아이들의 그림책 위에 점자를 찍어 붙인 라벨 테이프를 붙인 묵점자 도서가 꽤 많이 눈에 띈다.
처음 묵점자 책을 보았을 때, '아, 이렇게 점자책을 만들 수도 있구나.', '그림책에 이렇게 점자 라벨 테이프를 붙여 놓은 책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겠구나.', '묵점자 책이 많아지면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좀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겠구나.' ...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 빌려온 책 중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묵점자 책이다.
(묵점자 책을 빌리려 했던 것은 아닌데, 책을 고르다 보니 함께 빌리게 되었다.)
어머님과 대화를 하는 중에 묵점자 책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책을 보자 하셨고, 표지에 붙은 점자 테이프, 본문의 점자들을 손으로 만져 보시며, 점자를 손으로 만져 글을 읽는다는 것인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와 함께 있는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사실, 부끄럽게도 나 자신이 점자에 대해서, 시각장애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 마지막에 하신 어머님의 질문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네가 이 책을 빌려와도 되는거냐?"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책 아니냐?"
난, 점자 라벨이 투명하게 붙어있어 그림책의 내용이 환히 보이니, 우리도 그림책을 볼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고는, 덜렁 그림책을 빌려가지고 왔던 것이다.
정작 이 그림책을 소중하게 읽을 시각장애 어린이는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