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단풍을 보러' 파주에 있는 모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집보다 북쪽에 있으니 당연히 단풍이 곱게 들었을 줄 알았는데, 갈대는 무성하되 단풍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수목원에서 정성껏 가꾼 허브랑 가을 꽃은 잘 보고 오면서도, 원래의 나들이 목적인 단풍을 못 보아서 실망하고 돌아오는데 ...
우리 아파트 들어서는 길에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집 앞 단풍나무가 울긋불긋, 곱게 물들어 있는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렇게 예쁜 단풍을 왜 못 보았지?"
"우리 집 앞이 더 예쁘다, 그렇지?"

그러면서 떠오른 책이 <<오소리네 집 꽃밭>>입니다.

 

<<오소리네 집 꽃밭>>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오소리네 집 꽃밭>>은 바람에 날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본 학교 꽃밭이 너무 예뻐서, "우리 집에도 꽃밭을 만들어야지"라고 맘 먹었던 오소리 아줌마가, 오소리네 집에 더 예쁜 꽃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소리 아줌마는 그 동안 그리 예쁜 꽃밭을 왜 못 보고 있었을까요?
패랭이, 용담에서부터 겨울 눈꽃까지 온갖 꽃들이 사철 예쁘게 피어나는데 말이지요.

아마도 오소리 아줌마는 그 동안 집 주변에 피는 꽃들을 들여다보고 감탄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꽃밭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헤치려는 아저씨에게 그건 ~ 꽃이라서, 저건 ~ 꽃이라서 안 된다고 말을 하는 걸 보면 작은 것을 하찮게 여겨서는 절대 아닌 듯합니다.)

우리도 모두 오소리 아줌마처럼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못 보고 지나치고 있는게 아닐까요?
도서관 가는 길에 본 단풍도, 도서관 옆길의 낙엽 길도 너무 예쁘던데 말이에요.

오늘은 우리 집 주변의 단풍길을 실컷 감상하고 돌아와서, <<오소리네 집 꽃밭>>을 다시 읽었습니다. 용이와 "맞다, 맞아."를 연발하면서요.

여유를 가지고 집 주변을 둘러보세요, 우리 집 주변도 참 예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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