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ving Tree

제가 초등학교 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소년이 몹시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남들이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이 책을 보면서, 약간의 짜증(?!)이 났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짜증이나 감동보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이 소년의 모습이 부모님을 대하는 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이지요.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까요?

초등학교 3학년인 저희 용이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무가 "불쌍하다"며 속상해 했습니다.
나무가 계속 주기만 하는 것이, 소년은 받기만 하고 계속 멀리 떠나있는 것이 속상하다구요.

용이랑 나눈 대화 중 몇 가지만 적어봅니다.

용이: 왜 나무가 아래로 가지를 내리고 있어요?
엄마: 응, 그건 작가 아저씨가 일부러 그렇게 그린거래. 소년이 와서 노는 모습을 보거나 같이 놀 때는 나뭇가지를 내려 소년에게 가까이 가는 거고, 소년이 없을 때에는 꼿꼿하게 서 있는 거고.

(책을 보면, 소년이 나무 아래서 놀고 있을 때에는 나뭇가지가 고개를 숙여 아이를 돌보듯이 나뭇가지를 아래로 내리고 있는 모습을, 소년이 없을 때에는 반듯하게 서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어딘가에 적혀있는 설명을 보고서야 알았는데, 아이는 책을 보면서 단 번에 질문을 하네요.)

용이: 불쌍해요.
엄마: 왜? 그래도 나무는 행복하다고 하잖아.

용이: 그래도... 나무는 계속 주기만 하고... 나중에는 줄기(trunk)까지 모두 잘라가잖아요.
용이: 사과를 가져가서 사과 장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되었을 텐데요.

(엄마의 해석: 사과를 가져간 소년이 장사를 하여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고, 매해 사과를 가져가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모양입니다. 더 욕심을 내어 나무를 몽땅 잘라내지 않아도 말이지요.)

엄마: 그루터기(stump)만 남은 나무에게 소년이 돌아와서 쉴 때, 나무는 정말 행복했을까?
용이: 행복했을 것 같아요.
엄마: 왜? 아무 것도 안 남았잖아.
용이: 그래도..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사과장사"를 생각해 낸 용이의 마음이, 그런 태도가 변하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족으로부터, 다른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더라도 절대 내 생각만 하면 안 된다는, 상대방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요...

** 2007. 9. 용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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