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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하고 밀당 중입니다 - 사춘기 딸과 함께한 날들의 기록
지모 지음 / 샘터사 / 2022년 5월
평점 :
악마도 되었다가 천사도 되었다가, 순간순간 바뀌는 존재가 딸이다.
내 딸아이가 중1 때, 고데기로 살짝 구부린 일자 앞머리에 커다란 뿔테안경이 유행했었다. 학교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보면 내 자식을 찾는데도 한참이 걸릴 정도였다. 참다 참다 그 스타일 정말 안 어울린다고 한마디 했다가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고 갈등의 골이 심하게 깊어졌던 경험이 있다. 사춘기 딸은 엄마의 말은 무조건 걸러버리고 친구와 선생님 말만 듣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기르며 감동해서 울기도 했지만, 화가 나서 울기도 했었다. 걱정과 분노로 잠을 설쳐본 적도 있다. 그러다 갈등이 해결되면 너무도 예쁘고 소중한 존재로 다가온 딸. 그렇게 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메모라도 남겨두었다면 지금 그 노트를 넘겨보며 추억을 짚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 작업을 못했었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지모'작가는 부지런히 딸과의 에피소드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자신과 다른 엄마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주었다. 본업은 아트 디렉트지만, 계속 글과 그림으로 메모를 남기다 보니 SNS의 '지모'가 자신의 부케가 되었고,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만 나는 그래도 그림보다는 글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면 그림을 정말 못 그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내 눈에서 바로 하트가 쏟아져 나온다. 그림이 내 마음을 잘 드러내어주면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고.
지모님의 책 <딸하고 밀당 중입니다>에 나오는 그림을 보며 '어쩜!', '아, 그랬었지!, 맞다, 맞아!'를 연발하며 책을 넘겼다. 그림이 특색 있기도 하지만 사춘기 딸과 격렬한 전쟁을 치러본 엄마의 경험이 담아져있는 글들은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염없이 늘어지고 끊임없이 미루고 초점 없이 멍 때리는 딸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입이 근질근질, 속이 부글부글 마음속 분노가 차오르는 게 느껴졌지만 퍽퍽퍽!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쳐봤다. 마음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어 보았다. 참아보려고….
그러다 보니 내 가슴속에는 사리가 백만 개쯤 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속 사리를 모아 엮으면 진주 목걸이 열 개는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p112
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누군가에게 얘기하며 풀기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이 책을 펴면 이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되고 적절한 글과 그림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샘터 출판사의 물방울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