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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ㅣ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시안'과 '해원'이 나를 울렸다.
소설 '페퍼민트'는 '유원'으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을 탄 '백온유' 작가의 따끈한 신작 소설이다.
나는 허브를 좋아한다. 특히 페퍼민트 차의 톡 쏘는 개운한 맛을. 소설 속 '시안'의 엄마는 식물을 사랑하며 잘 키우는 '그린썸 (Green thumb)' 이었다. 그런 그녀가 식물 인간이 되었고, 고3인 '시안'은 6년째 아빠와 함께 엄마를 간병하며 살아간다. 엄마의 감각을 돌려보려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우려내어 거즈에 묻혀 엄마의 입 속에 넣어준다.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려 애쓰는 시안의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시안의 엄마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 해원의 엄마가 걸린 프록시모 전염병에 감염되었다. 코로나와 비슷한 질병으로 온 가족이 전염되었다 치료되었지만 시안의 엄마는 뇌사에 이르게 되었다. 슈퍼 전파자였던 해원의 가족은 사람들의 비상식적 관심과 반응에 지방으로 야반도주를 하고 개명을 하고 살아가게된다. 시안의 가족과도 완전히 연락을 끊은채로.
간병으로 지쳐 지내던 시안은 병원에서 우연히 해원의 오빠인 해일을 만나게되고 자신의 삶을 파괴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던져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절친이었던 해원, 지금은 개명한 친구 김지원을 찾아간다.
과거를 숨기려 애쓰는 지원에게 시안의 출현은 불안을 가져올 뿐이었지만 시안의 진심을 숨긴 연기에 그만 마음의 문을 열어버린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런 시안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아직 어린 시안이 겪는 간병하는 삶의 고됨과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삶을 이해하기에. 시안은 복수를 위해 지원을 만났지만 함께 하는 시간동안 소중했던 추억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잊고지내던 여고생의 일상을 조금씩 발견해가게 되며 마음속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시안은 마침내 지원에게 자신의 삶을 폭로하게 되고 지원을 향해 엄마의 산소 호흡기를 잠궈달라고 부탁 같은 협박을 하게 된다. 대학을 목표로 살아가던 고3 여고생 지원의 삶은 시안의 부탁으로 완전히 흔들리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급물살을 탄다.
시안의 갈등과 선택, 그리고 연속되는 지원의 갈등과 선택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울컥하게 했다. 눈물을 흘릴만큼 슬프지 않은데도 가슴에서부터 눈물이 밀려올라오며 어깨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작가의 묘사력과 긴장의 배치가 과장되거나 넘치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흔들어 놓아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소설이었다. 동시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중 누군가에게 있을 수 있는 스토리였고, 고령화 시대에 간병이라는 이슈 또한 이전 어떤 때보다도 우리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기도 했다.
간병인 선생님이 시안에게 한 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 너무 슬퍼하지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봐."
소설의 마직막에시안은 ...
"그 때, 누군가의 숨결 같은 바람이 등을 떠밀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늘을 벗어나 한걸음,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라고 말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안이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서.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하는 힘의 원천인 용서와 화해를 경험하게 되어서.
소설 '페퍼민트'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기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성장하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