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생명을 담다 - 지속가능한 재생농업 이야기
게이브 브라운 지음, 김숲 옮김 / 리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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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그마한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텃밭 지기 1년 차. 동네 할머니들이 산책 가는 길에 우리 집을 지나가면서 나의 텃밭이 못마땅하다며 불평을 쏟아내신다. 내가 거기에 있던지 없던지 상관이 없다. 도대체 농사를 어찌 짓길래 밭을 다 망쳐 놓았냐고. 내 눈에는 완전 망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르신들 눈에는 엉망진창으로 보이나 보다.

 

내가 텃밭을 어르신들처럼 깔끔하게 하지 않는 이유는 나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혼자 하는 일에는 웬만하면 남들이 하는 방식은 따라 하지 않는다. 텃밭 농사를 시작하면서도 '왜 보기 싫은 검정 비닐을 깔아야 하지? 비료나 제초제, 해충약을 꼭 써야 하나?' 이런 질문을 했고, 청개구리 본능을 따랐다.

 

결과는? 말 안 해도 예상하겠지만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텃밭이 되었다. 비가 많이 오는 시즌에는 잡초로 정말 개고생을 했다. 그렇다고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감자도 수확했고, 오이, 가지, 토마토, 옥수수, 고추는 계속 수확 중이다. 반면에 열무는 먹어보지도 못하고 벌레들에게 다 빼앗겼다.

 

잡초와 벌레는 텃밭을 하며 싸워야 하는 적이다. 그러다 우연히 '샐리 진 커닝햄'이 쓴 '나의 위대한 생태텃밭'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녀의 텃밭 노하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제껏 어르신들이 가르쳐준 농업이 오히려 자연을 해치고 있으며 자연이 스스로 생산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텃밭 생물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충을 없애려면 익충이 오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생물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 나의 토마토 곁에는 애플민트와 레몬밤 화분들을 두었다. 허브 냄새가 해충을 유인하여 토마토가 해충의 공격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실천해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토마토지만 해충에게 공격은 거의 받지 않고 지금까지 잘 매달려서 예쁜 모양으로 생산을 하고 있으니까.


 


 


샐리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농법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흙'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 바로'게이 브라운'이 쓴 "흙, 생명을 담다"였다.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흙에 관해 배우고 싶던 나의 탐구심에 작가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는 느낌이었다. 브라운은 농업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 우박으로 엄청난 손해를 경험했다. 그 손해가 그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는 농업을 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브라운은 자신의 실험적 밭을 '혼돈의 정원'이라 불렀고 실험 기간이 지나자 엄청난 수확량을 경험했다. 그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경운은 토양 건강을 다방면으로 해친다. 낮은 생물 다양성이 토양 건강을 해친다. 합성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토양 건강에 해롭다. 농장에 가축을 기르면 토양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운을 많이 하고 합성 비료를 사용하는 흙은 오히려 잡초가 좋아하는 곳이 된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산속 깊은 곳에 잡초가 없다. 사람들의 밭이 있는 곳 근처에 잡초가 많이 있고 성가신 벌레들이 있다. 겨울에 밭을 완전히 비우는 것은 흙의 생명력을 죽이는 것이니 뿌리가 살아있는 식물이 견뎌내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냉이나 민들레가 자라나는 밭은 좋은 토양이라고 샐리도 책에서 얘기했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일본에서 말하는 자연 농법, 미국의 브라운이 말하는 재생 농법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나는 전문적인 농사인은 아니지만 그러기에 유기농 농법을 실천해 보기에 적합한 것 같다. 농사를 지으면서 오히려 지구의 토양에 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토양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지속 가능한 재생 농업은 지금부터 내가 지향할 삶의 한 가치가 될 것이다.

 

<출판사에게 제공 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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