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5호 : 흙의 생태학 - 2022.7/8/9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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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여기저기 가로수가 뽑혀지는 것을 보며 왜 산의 나무는 괜찮은데 가로수만 유독 강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땅에 박고 있는 나무뿌리의 힘이 약해서겠지.


나무는 뿌리를 '아래로' 내리고 싶어 하지만 토양이 원래의 힘을 잃어버려서 딱딱해지면 나무의 뿌리는 '아래로'가 아닌 '옆으로' 뻗어간다. 그러니 강풍에 넘어질 수밖에 없다.

토양이 제 기능을 하면 홍수가 나도 물을 잘 흡수하고 가뭄이 들어도 흙이 보유한 수분으로 식물을 지탱하게 한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려는 사람들이 흙의 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 물 5'에서는 기후 위기를 막는데 토양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얘기한다. 토양미생물학자인 강호정 교수의 칼럼을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저장되는 방법은 바로 토양 안에서 분해되지 않은 유기물로 축적되는 것이다.


그런데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으면 영구동토층이 드러난다. 그 속에 분해되지 않고 쌓여있던 탄소가 공기 중에 드러나게 되고 그 양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위험을 야기하고, 그 부산물로 영구동토가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지구는 탄소 배출로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토양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 관행 농법보다는 유기농 농법을 활용해야 한다. 무경운으로 토양의 미생물을 보호하고, 검정 비닐 대신 유기물로 멀칭을 하고,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자가퇴비를 사용하는 농법이 토양을 보호할 수 있다.





이번 책에서 흥미로운 두 칼럼을 만났다. 첫 번째는 식물 집사로 유명한 임이랑의 흙 사랑 이야기. 그녀는 사람들이 무얼 좋아하냐고 물으면 흙을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생뚱맞다는 반응이 많음에도 그녀는 당당하게 흙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생각의 방향을 비틀어보는 연습을 한다. 당연한 존재가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 제아무리 영속성을 가진 흙이라고 할지라도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망가져버린다는 사실. 해충을 죽이고자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면 땅이 병들고 벌이 병들어 결국은 모두 인류에게 되돌아오고야 만다는 사실을 비틀어진 생각 속에서 발견하고 오래도록 바라본다."


소설가 최정화의 글 또한 상당히 흥미로왔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일본의 '이나가키라 에미코'라는 작가가 떠올랐다. 그녀는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이 하나도 없이 겨울에 보일러도 없이 살아간다. '퇴사하겠습니다'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를 읽으며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런데 한국에도 비슷한 삶을 사는 작가가 있었는데 바로 최정화 씨였다. 그녀 인생의 모토가 ' 없이 살기'라 한다. 세탁기도 냉장고도 없이 살았다는 글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새롭게 새롭게 더 편리한 제품들로 살아가는 현재는 휴식도 소비하는 것이라는 그녀의 글은 상당히 신선했고 또 공감이 갔다.


'생태매거진 바람과 물'은 자연과 환경에 관한 깊이 있는 생각의 글들을 담고 있어서 배울 것이 많다. 창간호부터 계속 읽고 있는데, 이런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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