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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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김원재 씨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치 공장에 부사장으로 입사한다. 낙하산 인사가 엄마 회사를 광고하기 위해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김치 공장 블루스>라는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김혼비 작가의 추천사 때문이었다. 내게는 그녀가 추천해 준 책은 틀린 적 없다는 탄탄한 신뢰가 있다.


대기업에서 폼 나게 일할 수도 있는데 숲속에 있는 냄새나는 김치 공장에서 일하게 된 작가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노동의 세계에 진입한다. 공장과 노동자 이야기라면 심각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김치 공장 블루스>는 심각하기보다는 재미있고, 다른 책들과 다른 이 책만의 개성도 있다.


작가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보니 책 제목도 각 장에 붙은 소제목도 특이하다. 솔제니치친적 하루, 노 빠꾸빠꾸, 김치 공장의 샤카, 포드의 김치, 무가 많아서 웃었다, 전투와 같이 땡크와 같이, 레섬 삐리리. 제목만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에 본문을 읽을 수밖에 없고, 내용 안으로 들어가면 재미있어 미소 짓기도 하고 깊은 의미에 감동하기도 한다.





책 곳곳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귀엽다. 글만 쓸 줄 아는 작가인 줄 알았더니 책에 넣어둔 그림을 보니 개성 있다. 젊은 작가의 감각을 볼 수 있다고나 할까. 배추나 무를 웹툰처럼 그려낸 것이 귀엽고 공장의 모습을 그린 것이 이해에 도움도 되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아무리 감동적인 이야기라 할지라도 지루한 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곳에서 귀여운 그림과 센스 있는 제목을 마주할 수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김치 공장에서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책으로 읽으니 이제껏 알지도 못하면서 몇몇 사건으로 김치 공장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그러한 나의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TV에 나오는 견학기 같은 프로그램은 왠지 세팅된 느낌이 들어 굳건한 나의 불신을 깨트리기 힘들었다.


나의 나이대에도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이 보통 복잡하고 힘든 것이 아니니까. 김치를 구입해 먹으려면 일단 맛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얼마나 좋은 재료로 깨끗하게 생산되는가가 중요하다. 나 또한 이런 과정에 대한 불신을 꺼트리지 못해 여전히 김치를 담그고 있었는데 <김치공장 블루스>를 읽고 나니 김원재 작가가 일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김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으로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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