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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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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는 일흔 살 동갑내기 두 여성, 데루코와 루이의 우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통쾌한 탈출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가부장적 남편을 떠나고 싶은 데루코와 노인 아파트 생활에서 지친 루이는 각자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그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나이와는 상관없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섭니다. 이 책은 나이든 여성의 일탈과 해방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찾아오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데루코는 가부장적인 남편 도시로와의 결혼 생활을 39년간 이어왔지만, 그 관계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한편, 루이는 자신을 둘러싼 노인 아파트의 갑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데루코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데루코는 남편의 은색 BMW를 훔쳐 무작정 집을 떠나고, 두 사람은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은 단순한 도주가 아닌, 자신을 찾고 삶을 재정비하는 여정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사랑, 우정, 자유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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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
"맛있는 걸 먹어야 기운이 난단 말이야."
데루코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친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작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삶이 무거울수록 소소한 즐거움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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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6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데루코가 남편에게 남긴 이 쪽지는 그녀가 새로운 인생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 남편과의 관계에 묶여 있던 자신을 해방시키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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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6
"나이가 일흔이라도 실버타운을 때려치울 수 있고, 45년에 달하는 결혼 생활이라 해도 끝장낼 수 있는 법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루이의 대사는, 나이가 삶의 선택에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데루코와 루이』는 나이 듦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작품입니다. 보통 일흔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삶을 꿈꾸기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시기라고 여겨지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남은 인생을 더 뜨겁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자유는 독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데루코와 루이의 우정과 유쾌한 탈출기입니다. 둘의 여행은 단순히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여정입니다. 이들이 매 순간 선택하는 일탈은 불안하면서도 즐겁고, 때로는 위험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데루코와 루이가 보여주는 ‘맛있는 걸 먹어야 기운이 난다’는 삶의 작은 진리는, 힘든 순간에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소소한 행복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들의 일탈은 겉보기에는 소란스럽고 일탈적일지 몰라도, 그 속에는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할머니가 운전하는 BMW의 뒷자리에 앉아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계속해서 삶을 재창조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늙음의 두려움 없이, 삶을 당당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