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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황금빛 유혹 ㅣ 다빈치 art 9
신성림 지음 / 다빈치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모딜리아니.벨라스케스.카라바조.램브란트(적어놓고 보니 사실 공통점이 별로 없는 인물들이다..^^;) 등과 함께 나에게 영감을 주는 화가 클림트~!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특히 꿈꾸는 듯한 여인들의 몽환적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 여자의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키스, 충만, 유디트 등 몇몇 유명 작품만 알고있었던 나에게 보다 많은 작품,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책이다.
다만, 문체가 그다지.. 뭐랄까..논문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현학적인 건더기에 수필적 양념이 버무러져 있는 문체라고나 할까.. --; 암튼 어떤 것이 작가의 생각인지.. 평론가의 의견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그래서 조금은 읽다가도 호흡이 종종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연인, 팜므 파탈, 성스러운 봄, 여인의 향기, 생명의 나무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풍경화, 초상화에 대해서도 일부분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아마도 '연인', '팜므 파탈'이 가장 흥미롭고도 대중적인 요소를 갖춘 장이 아닌가 싶다. 물론 클림트의 상징에서 그 당시 유럽 남성들의 위기감까지 읽은 것이라든지 클림트의 그림에서 사라진 남자를 찾는 재미를 선사한 것, 에곤 실레와의 교분과 연관지으며 작품 [레다]를 감상해 본 것 등은 상당히 흥미로왔다. 하지만, [유디트]에 대한 해석과 작가의 관점은 뭐라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읽으면서 동조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다.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수많은 화가들에 의해서 자주 그려진 소재였는데,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작가의 세계관에 따라서 그림의 분위기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상적인 미를 중시하던 16세기 초의 조르조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결국 살인죄로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으며 자연주의에 입각한 작품을 다수 그렸던 카라바조.. 그리고, 아버지 친구에게 어릴 적 강간당한 후 강력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통해 최초의 페미니스트 미술가로 추앙받는 젠틸리스키.. 어찌 그들의 그림이 다 같을 수가 있으랴.
클림트는 앞서 말한 작가들과는 달리 유디트의 본능적 심리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그렸다. 하지만, 작가는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 속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다만 관능에 사로잡힌 노예일 뿐이라는 것이다. 글쎄.. 나는 유디트1을 보면서 '자신의 성적 감흥과 관능적 욕구에 의해서 남성을 죽인 유디트.. 흡사 수사마귀를 잡아 먹은 후의 암사마귀와도 같은 모습으로 의기양양하게 서있구나.. 그 당시 남자들.. 위기의식을 참 많이도 느꼈나보네..'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관능에 사로잡힌 노예같은 약자로서가 아닌 클림트를 비롯한 당시 남성들에게 거세 공포를 안겨주는 힘있는 여성, 반항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성으로서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모로,로제티,폰 슈톡,뭉크 또한 팜므 파탈을 등장시킨 명화를 다수 남겼다. 세기 말 이러한 팜므 파탈의 이미지에 사회가 동요한 원인으로는 당시 매독이 만연했기 때문에 여성과 죽음을 동일시했다는 성 심리학적인 입장, 여권운동에 불안을 느낀 남성들의 강한 위기감이 반영되었다는 페미니즘적인 시각. 기성가치체계를 뒤엎는 정체성의 혼란이 병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변질되었다는 사회학적인 견해 등이 지목된다. 물론 어느 하나만으로 설명하기는 무리겠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이미지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91쪽, 그림설명에서 '행복에 대한 염원은 시를 통해 이루어진다' 부분이라고 되어 있는데..'전 세계를 위한 키스'는 그럼 동일한 부분을 지칭하는 명칭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187쪽에 둘째줄 '그림이 전시했다'는 '전시되었다'로 바꿔주는 게 옳지 않을까.. 또 다수의 그림이 실려있는데, 끝에는 작가의 연보뿐만이 아니라 작품명과 소장처를 다시 한 번 정리를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쓰다보니, 약간 부정적인 내용으로 쏠렸는데, 클림트 작품에 대한 욕심이 과해서이지 책내용이 부실해서는 절대 아니다.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