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광원‘이라는 보육 시설을 중심으로 엵힌 인물들이 하나둘 만나면서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부분들은 추리 소설과 같은 맛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치밀하게 인물들을 모두 연결해 놓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들이 하나같이 우연에 의지하여 인연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계가 아쉽기도 하다.
챕터마다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각 장의 인물들은 인생의 기로에 서서 진지하게 몇 번이고 자신을 돌아보며 편지를 써 내려가고, 나미야 잡화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잘 꾸려 나간다. 그렇기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구태여 밖으로 내뱉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결말에 이르러 작가의 창작 의도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주니 오히려 아쉬웠다.
하여튼 내 곁에도 나미야 잡화점 같은 익명 상담소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보며...

P.209 "네가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생선 가게를 운영하겠다면 얘기가 달라져. 하지만 지금 너는 그게 아니야. 그런 자세로 가게 물려받아봤자 너, 생선 장사 제대로 못해. 몇 년쯤 해보다가 역시 음악을 할 걸 그랬다고 징징거리는 반편이가 되겠지." "그럴 일 없어." "뭐, 훤히 보인다. 변변히 생선 장사도 못하면 그때 가서는,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별수 없이 가게를 물려받았다느니, 집안을 위해 희생했다느니, 이래저래 변명을 둘러대겠지.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매사 남의 탓으로 돌릴 거라고." "여보, 그렇게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당신은 아무 말 말고 있어. ……어때, 할 말 없지? 내 말이 틀렸으면 말을 해봐." 가쓰로는 입을 툭 내밀고 아버지를 보았다. "집안도 좀 생각하겠다는데, 그게 잘못이야?" 아버지는 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런 훌륭한 말은 뭔가 한 가지라도 성공한 다음에 해야지. 너, 지금까지 음악 하면서 뭐든 하나라도 성과를 냈어? 아직 아무것도 못했지? 부모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한 가지에 몰두하기로 결심을 했으면 그만한 것을 남기라는 말이야, 내 말은. 그것도 제대로 못한 사람이 생선 가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크게 실례되는 소리다."
P.237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P.251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P.301 "다른 편지도 그래. 대부분 내 답장에 감사하고 있어.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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