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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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집이 연일 계속되는 폭우로 마침내 침수되거나, 일주일 내내 퍼붓는 폭설로 인해 도로를 달리는 내 차가 거리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전기나 가스 공급이 중단되어 대중교통이 중단되고, 집에서 밥도 못해 먹고, 100년 만에 처음 보는 초강력 태풍으로 인해 지붕과 살림살이가 날아가고, 한 달 내내 지속되는 폭염으로 곳곳에 정전과 대형 산불 화재가 도로를 지나서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와 집들을 덮치지 않는 한...기후변화는 ‘현재의 내 삶’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사람들은 느낍니다.


이 글을 쓰는 제 자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식탁에 흔하게 보이던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재료가 어느 순간부터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100년 만에 처음 당하는 폭우, 폭설, 강력한 태풍, 한파로 인해 국내와 해외의 목초지, 사육장, 가두리 양식장 등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이 원인이라면 그 때 가서 ‘조금씩’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백만 명이 유투브 ‘먹방’ 채널을 구독해서 보는 나라,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2위, 쇠고기 소비량 아시아 1위. 심지어 인사를 할 때도 “밥 한번 먹자”, “밥은 먹고 다니냐”, “식사는 하셨냐” 라고 끼니를 챙기는 나라.


그야말로 먹는 일에 진심인 한국이다. 한국‘만’ 그런지, 한국‘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먹는 일에 대한 자부심, ‘먹부심’이 충만한 나라다.


그런데 먹는 일에 정성을 쏟는 우리는 이상하게도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는 과정에는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 먹거리가 나오는 논과 밭, 축사, 바다와 양식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p12)

위의 글로 시작되는 이 책은 지은이가 그 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육지와 바다에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터득한 지식과 시사점, 그리고 저자 스스로 조사한 국내와 해외의 기후 관련 각종 데이터를 기초로 작성한 리포트 자료와 에세이를 혼합한 형식의 책 입니다.


유쾌한 문체를 따라가며 쉽게 책을 읽지만,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내용과 의미는 사뭇 진지하고, 때론 거북하거나 다소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식탁과는 아무상관 없을 것 같았던…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피의자인 ‘이산화탄소’를 비롯, 메탄과 일산화탄소 등 지구 온난화의 주범과 공범들, 그리고 주범과 공범을 양산하는 원인과 과정, 방대한 국내외 통계자료를 활용하면서 사회 체계(시스템)까지를 내 밥상에 올라오는 다양한 식재료를 생산하는 분야와 연결하여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메탄 가스 등 몇몇 물질이 더 있습니다) 증가와 그로 인해 지구가 더워지면서 과학자들은 연일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는데, 저와 같은 일반 사람들은 이게 뭔 소리인지 아직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지구 온도를 낮추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지구 온난화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어떻게 든 줄여야 한다고 지은이는 주장합니다. 각종 기후변화에 관련 서적이나 통계자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흉으로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젖소 포함)를 비롯하여 돼지, 닭 등을 사육하고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정에서 생긴 ’편견의 문제‘ 역시 다룹니다. 


그렇다고 각종 고기를 이제부터는 좀 더 많이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가축 부문이 뿜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자동차, 화물차, 비행기, 선박 등 온갖 교통수단이 내뿜는 양에 맞먹을 만큼 많은 양이다. 그 중에서 41%는 쇠고기, 19%는 우유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가 문제이다.” - P83

가축이 생산하는 온실가스 비율이 14.5%이라면, 그럼 나머지 온실가스 85.5%는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요? ‘말도 못하고, 풀만 뜯어먹는 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현실이라 상상이 됩니다. 진짜 범인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기 1kg을 얻기 위해 먹여야 하는 사료의 양은 닭은 3.4kg, 돼지는 6.4kg인데 소는 25kg가 필요합니다. 사료 제조에 필요한 옥수수, 콩 등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넓은 농경지가 필요합니다. 전 세계 콩 생산량은 3억 6천만 톤이지만, 이중 77%는 가축 먹이용이라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가축들이 이렇게 콩을 많이 소비하는 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사료 원료의 9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콩은 187만여 톤을 수입했고, 옥수수도 897만여톤 을 사료용으로 수입했습니다. (2019년 기준)


가축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분뇨(똥과 오줌)를 처리하는 문제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것 역시 법령 시행으로 인해 바다에 버릴 수가 없기에 어찌되었든 이제는 육지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에 버렸습니다). 가축 분뇨 정화시설 가동하는데 한달 전기료 4천 만원, 정화용 약품 비용도 2천-3천만원 등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냄새가 난다’ 이유 하나 만으로 생기는 각종 민원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정화시설 등을 마음 편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업체들의 고민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하고 신선한 고기는 먹어야 하는데, 그 고기의 생리현상 결과물을 처리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반대가 심한 것이 사람들의 딜레마로 보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도 정작 '소고기 등심구이'는 좋아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육지에서 생산되는 '고기' 못지 않게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뿜어대는 ‘바다’를 언급한 대목에 이르면 더욱 대책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해산물을 잡기 위해 국내 어선이 사용하는 면세유의 양은 연간 10억7900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원양어선에 사용되는 기름 소요량은 통계가 들쑥날쑥하고, 정확한 통계치도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10톤 미만의 연근해 어선 총 3만 8천대가 등록된 나라가 한국이지만, 2대중 1대는 16년 이상된 노후 선박으로 기름도 많이 잡아먹는 바다 위의 인공하마 입니다. 또한, 양식장을 운영하기 위한 물고기 식량공급과 온도, 습도, 공기 순환에 소요되는 각종 에너지 소비 등 해산물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험난한 여건임에도 어떻게 든 의지를 가지고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도 마지막 장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금융전문가에서 ICT기술 기반의 첨단 양돈 농장 사장님으로 변신한 분, 수경재배 딸기 농장 사장님, 분뇨 처리에 커피 찌거기를 처음 활용한 사장님, 모내기도 하지 않으면서 룰루랄라~~하면서 상당히 편한…‘태평농법’ 이란 방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신박한 농민 등 다양한 친환경 농축어업 사례를 책장을 덥기 전에 접합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종이컵,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와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전기차 이용하고, 재활용 분리수거 열심히 하는 것도 소비자 측면에서는 의미있는 행동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이 정말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따로 있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선뜻 그것마저 어떻게 실천에 옮길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고민을 해 보겠습니다. 개인 차원에서 탄소를 줄이는 문제는 이래저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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