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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일 거라고 믿어.‘라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대사를 좋아한다. 내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좋아하게 된 건 단순히 고향의 풍경과 비슷하기 때문만은 아니었고, 주인공 혜원이 고향에 돌아온 이유와 그것을 채워가는 삶의 양식이 나와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지만 영화를 보며내내 배가 고팠다. 혜원이 고향 집에 돌아와서 하는일이라고는 그저 잘 챙겨 먹는 것뿐인데, 그건 모두허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자 애쓰는 모습. 나도 덩달아 배가 고파졌다가 영화가 끝나갈 때쯤엔 점점 허기가 채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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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지막처럼

집을 나설 때면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어요. 만약 불의의 사고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을 때 집이 난장판이거나, 속옷이 허름하면 무척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 점검처럼 다시 집 매무새를 보듬어주게 됩니다. 아무도 안 보는 시간, 더욱 충실하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이지요.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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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그러니까 지금의 너에게 꼭 들려줘야겠어. 지나고서야 얻게 된 내 작은 깨달음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누구든지 모든 출발은 너와 똑같다고. ‘불리한 것과 ‘불가능한 건 너무나도 다르다고 그러니 늦었는지 늦지 않았는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네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까. - P54

공부의 진짜 목적은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업을 얻는다‘ 혹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거나 ‘점수를 높이고 등수를 높여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가 아닙니다. 공부의 진짜 목적은 인생이란 마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마음은 내가 키워줘야만 자랄 수 있는데 공부하는 지금이야말로 그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데에 있습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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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모르는 욕심이 날 때가 많습니다. 이러이러한 어른으로 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지요. 아이는 저와 다른 인격체이고 스스로 자라는 것을 알지만 혼자서라도 몰래 바라게 되는 부모의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책을 읽는 즐거움, 청소의 산뜻함, 아침의 클래식, 건강한 입맛,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눈, 휘둘리지 않는 고요한 마음, 산책의기쁨,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 확실한 취미생활 그리고 꾸준히 일기 쓰기 같은 목록들은 포기할 수 없는, 제 마음 속 유산리스트입니다.
사십이 훌쩍 넘는 나이가 되어보니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하나씩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가진 것이 많은 데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되고요.
자신의 시간에 충실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줄을아는 담백한 사람이 되는 것, 또 그런 어른으로 자라게끔 환경을 자연스레 만들어 주고 싶은 책임감이 불끈 솟습니다. 적어 놓고 보니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가 붙잡고 싶은 것들이 더어울리는 것 같군요. - P54

다른 것은 다 아껴도 여행을 떠날 경비만큼은 아끼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자란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여행은 가족 모두 같이 즐길 수 있고,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경험을 쌓는 데 드는 돈에는 인색하게 굴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요.
후다닥 다녀오는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는 여행을 더욱 좋아합니다. 숙소는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보다 경제적인 곳을 선택하려 애를 쓰지요. 가령 2박 가격으로 4박을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찾는 거죠. 마음에 들면서, 가격도 착한 숙소를 고른다는 것은 시간과 공이 무척 많이 들어가는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거나 장시간 운전해서 떠난 여행지는 다시 일상이 함께하는 하루가 됩니다. 숙소 근처 마트나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그 동네 주변을 탐색합니다. 반드시 찍고와야만 하는 관광지, 명물,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들은 우선순위에서 뒤에 둡니다. 이런 것들을 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분주하게되면 여행의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게 될 거란 생각을 해요.
동네 공원의 심심한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던 기억, 수형이 몹시 근사했던 큰 나무를 보며 모두 동시에 "와"하고 탄성을 질렀던 그날의 기억들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몽글몽글 떠오릅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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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세월호 탈 걸 ㅋㅋㅋ]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저는 상실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 일이 없던 일이 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내놓아도 좋다고, 그러니 다시 내 친구들을 돌려 달라고 매일 빌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악플은 너무 마음이아팠습니다.
시간이 지나 비난 여론은 전보다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저는 조금씩 마음이 죽어 가는 걸 느꼈습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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