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모르는 욕심이 날 때가 많습니다. 이러이러한 어른으로 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지요. 아이는 저와 다른 인격체이고 스스로 자라는 것을 알지만 혼자서라도 몰래 바라게 되는 부모의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책을 읽는 즐거움, 청소의 산뜻함, 아침의 클래식, 건강한 입맛,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눈, 휘둘리지 않는 고요한 마음, 산책의기쁨,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 확실한 취미생활 그리고 꾸준히 일기 쓰기 같은 목록들은 포기할 수 없는, 제 마음 속 유산리스트입니다. 사십이 훌쩍 넘는 나이가 되어보니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하나씩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가진 것이 많은 데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되고요. 자신의 시간에 충실하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할 줄을아는 담백한 사람이 되는 것, 또 그런 어른으로 자라게끔 환경을 자연스레 만들어 주고 싶은 책임감이 불끈 솟습니다. 적어 놓고 보니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가 붙잡고 싶은 것들이 더어울리는 것 같군요. - P54
다른 것은 다 아껴도 여행을 떠날 경비만큼은 아끼지 말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자란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여행은 가족 모두 같이 즐길 수 있고,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경험을 쌓는 데 드는 돈에는 인색하게 굴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요. 후다닥 다녀오는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오래 머무는 여행을 더욱 좋아합니다. 숙소는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보다 경제적인 곳을 선택하려 애를 쓰지요. 가령 2박 가격으로 4박을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찾는 거죠. 마음에 들면서, 가격도 착한 숙소를 고른다는 것은 시간과 공이 무척 많이 들어가는 어려운 일이랍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거나 장시간 운전해서 떠난 여행지는 다시 일상이 함께하는 하루가 됩니다. 숙소 근처 마트나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사고, 그 동네 주변을 탐색합니다. 반드시 찍고와야만 하는 관광지, 명물,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들은 우선순위에서 뒤에 둡니다. 이런 것들을 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분주하게되면 여행의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게 될 거란 생각을 해요. 동네 공원의 심심한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던 기억, 수형이 몹시 근사했던 큰 나무를 보며 모두 동시에 "와"하고 탄성을 질렀던 그날의 기억들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몽글몽글 떠오릅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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