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 버렸다

 

오늘도 나의 폐인 생활은 계속 된다.

아침 9시에 가까스스로 눈을 떠서 12시에 학교를 가고 나름대로 집중해서 계절학기 수업을 받고 (여대에 계절학기 받는 남학생이 늘고 있다고 지난 금요일 모 방송사 뉴스에 우리 학교가 나왔는데 내가 받는 두 과목은 남학생들이 기피하는 과목인가보다.하긴...매일 레포트 쓰느라 기절해 버릴 것 같은데...) 7시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방바닥에 최대한 몸을 밀착시킨 채 10시까지 뭉그적 거리다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로 장수를 채우지?

논리의 일관성이 결여된 글을 써 나가는 나도 참 곤욕스럽다.

어떤 날은 다음 날 3시 또 어떤 날은 4시까지 가까스스로 숙제를 마치고 짧디 짧은 저녁 기도(그래도 이렇게 탈없이 잠자리에 들게 해 주심에...감사한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그저 감사할 따름이다.언제나!)를 하고 매일 미사 책 두어쪽을 휙휙 넘겨 읽고는 발라당 드러 눞는다.

눈 뜨면 곧바로 아침이다.

이른 아침 부산스럽게 출타한 자매들의 흔적들을 주섬주섬 치우고...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뛰어든다.

...

그 사이에 방명록에 새로운 글 두개나 올라와 있었다.

지금 당장 고맙다고 답변을 하고 싶지만...그 유혹을 물리치고 시 한편으로 내 마음을 달래본다.

아쉽지만 내게 첫사랑이 없다.

짝 좋아함이 한번 있었고...짝 사랑이 한번 있다.(짝 사랑이 한번 있다...라는 현재형의 문장을 쓰는 까닭은 아마도...여전히 내게는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함께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리라...우둔한 나...)

그 뿐이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흐릿한 오늘.

나는 우산도 없이 오늘의 레포트는 무슨 말로 채우지...라는 막연한 물음을 안은채  집으로 향했다.

나의 장난감 전화기는 오늘도 죽어 있다.

전화를 할 누군가도 딱히 없어 내가 죽여버렸다.

수업중에 걸려온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해 못내 아쉬워 했는데 수업이 끝나자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흐뭇해 하는, 친구 녀석 그리고...

비를 맞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내 앞에서 우산을 가지고 멀리 서 온 남자 친구의 비호(?) 아래  사뿐사뿐 걸어가는, 같이 수업 받는 한 아이의 모습...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 버렸다

...

내가 강조할때 쓰는 표현인 '참으로'와 흔치 않는 표현인 '섧게'라는 이 단어 때문에 이 시에서 느껴지는 슬픔이 증폭되는 것만 같다.

내가 크게 공감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이 시를 보니 그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오늘 우연한 기회에 다시 들었던 노래.

이승환, 좋은 사람 sa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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