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흐르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가슴이 터져서 어떻게 사나.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 이수익, 봄날에 1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 도종환, 다시 오는 봄
오늘도 나는 당신 속에 저뭅니다. 당신을 찾아나선
이 화창한 긴긴 봄날 긴긴 해 다 질 때까지 당신을 찾
아갑니다. 당신을 찾아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물
막히면 물 건너고 산 막히면 산 넘 듯, 당신 늘 꽃 펴
있다는 그리움 하나로 이겨갑니다. 가다가 가다가 해
저물면 산 하나 되어 산속에 깃들었다가 해 떠오면 힘
내어 갑니다. 당신 만나 환희 꽃 필 저기 저 남산은
꽃 없는 쓸쓸한 산 아니라 해맑은 해 어디나 돋는 나
라, 눈 주면 늘 거기 꽃 피는 당신 찾아 오늘도 지친
이 몸 당신 찾아가다가 저녁 연기 오르는 마을 저문
산속에 산 되어 깃듭니다.
::: 김용택, 꽃산 찾아가는 길
3월의 마지막. 가슴에 품은 간절함이 봄빛처럼 다가와 묵은 내 어깨를 감싸는 그날이 오늘일까. 아니면 내일일까. 내 못남, 내 고독, 내 수줍음도 다 터뜨려버릴, 모든 것이 멈춰도 홀로 되어도 두렵지 않을 그런 봄날은 이미 가버렸을까.
::: 박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