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한,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해왔던 주요한님의 시이다.(주요한이라는 작가 하면 대부분 불놀이를 떠올리겠지만...)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으레히 이 시가 하루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특히 봄날 밤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말이다.
풀빛을 머금은 봄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오늘...
당신의 어두운 밤에도 비가 오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