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종환,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해가 바뀔 때마다 먼저 와 봄 소식을 알려 주는
산수유나무나 목련나무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
그런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내가 만약 저 많은 나무들 중에
한 나무라면 나는 지금 어떤 나무에 해당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무마다 다 있어야 할 제자리가 있고
크기가 있는 것인데 자신이 짐 질 수 없는 것을
욕심 낸다고 욕심만으로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부족한 나무면 부족한 대로 거기 서서
뿌리 내리고 꽃피우며 그늘을 이루어 주면 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이 다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만 하는 나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 내게 소곤 댔던...소살나무(그 긴 줄기가 흰 색으로 되어 있고 멀리서도 한눈에 분간할 수 있는 꽤 키가 큰 이 나무는 바람이 불면 유난히 소살소살 일제히 소리를 내며 그 가녀린 잎을 흔들어 댄다. 잎의 앞면은 여느 나뭇잎과 다를바가 없는 푸른 빛을 띄지만 그 뒷면을 보면 솜털같은 털이 빼곡히 있어 바람이 불어 그 잎이 앞 뒤로 흔들릴재면 햇빛에 닿은 그 잎이 은빛 혹은 에머랄드 빛을 반사하여 눈이 부실정도다.그 나무의 이름을 알 수 없어 나는 그 나무를 소살나무라 몇 해전 명명하였다.)
그래 소살나무가 되고 싶다.(아니면...플라타너스...꿈을 아는 그 플라타너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