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택, 끝이 까맣게 탄 새 풀잎

 

  봄을 느껴보고 싶고, 봄을 보고 싶습니다.

  푸른 눈을 틔우는 나무 가지 끝을 가만히 들여다보

고 싶고, 나물을 뜯어보고 싶고, 푹신푹신한 좁은 논

두렁길을 천천히 걷고 싶고, 논둑 밭둑에 돋아나는 풀

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내 빰에 부는 감미

로운 봄바람을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고, 치마폭을 나

부끼며 마을을 벗어난 흙 길을 해 질 때까지 걷고 싶

고, 양지 바른 언덕에 앉아 해바라기를 해보고 싶습니

다. 시냇물이 흐르는 강가에 버들강아지 부드러운 솜

털을 가만히 만져보고 싶고, 마른풀을 태운 강변, 새

까만 재 밑에서 돋아나는 끝이 까맣게 탄 풀잎들의 파

란 몸을 보고 싶고, 얕은 강물로 나온 잔고기 떼들의

희고 반짝이는 새 몸을 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실은

  당신이

  제일 많이

  보고 싶답니다.

 

 

 

봄이 잡힐 듯...그러나 여전히 저 멀리에 있습니다.

오늘은 애써 다가오는 봄을 매섭게 몰아내는 눈도 내렸습니다.

산과 들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에서 봄을 느껴보고 싶고 봄을 보고 싶었지만...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실은

저도

당신이

제일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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