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하늘이 너무도 맑아 하늘의 별들도 어제와 달리 영롱하게 보였다.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깊은 밤에는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차갑게 얼어버린 별들을 따서 야곰야곰 깨물어도 보아야 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
자정이 다 되어 독서실에서 나오니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의 함박눈이 내렸다.
가로등 아래로 더 많은 눈송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다.
소박한 하루의 일과를 마친 뿌듯함과 함께 예고없이 내리는 하얀 눈 송이가 인적드문 밤길,두려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혼자 실실 웃으며 걸어가기에는 내 마음에 가득 담고도 넘치는 기쁨이었다.
문득...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하지만 깊은 밤 전화를 걸어도 미안하지 않을 그 누군가가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그저 주머니 속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 말 뿐이었다.
...이럴때 또다시 밀려드는 고독감은 잠시 잠깐 촉촉해진 내 감성을 곧장 메마르게 한다.
......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눈길 위의 외로운 발자국은
그리하여 고요한 그리움이 되고
이내 그 위로
소리없는 눈이 긴긴밤 수북히 쌓여
내 고독한 자취 감추어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