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월은 뜻하지 않았던 어려움이 참 많았던 한 달이었다.

내 시야에서,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그 분은 유유히 멀어져 갔고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우울한 생일을 보냈으며(이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아버지는 갑작스레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어젠 집에 도둑이 들었다!!!

아니,도둑놈의 소행치고는 예의바른 일을 해서일까...?나는 그를 양상군자(梁上君子)라 칭함이 오히려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6시30분에 성당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7시에서 8시까지 특전미사를 드리고 어제는 평소와는 달리 걸어서 집에 왔다.8시 35분쯤 집에 도착했을까?

보조열쇠가 들어가는데 도무지 돌아가지를 않았다.

마치 누가 집 안에서 안전핀을 꽂은 것 처럼...

여러번 시도 끝에 열릴 기미가 나지 않았는데 순간...혹시...하는 생각이 들어서 큰 길가로 무작정 나갔다.

그래서 언니와 동생에게 어서 오라고 전화를 하고...밤은 어둡고 바람은 싸늘한데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집에 전화를 했다.

엄마는 열쇠수리하시는 분을 불러서 문을 고치라 하셨고...나는 그리하였다.

동네가 부서질정도(얼굴을 모르는 이웃들에게 정말...정말...죄송했다.)로 철문을 쇠망치로 30여분 가량 두드린 다음에야 자물쇠가 가까스스로 떨어져나갔고...열쇠 수리하시는 아저씨와 나의 추측처럼...

집에는 양상군자가 방문하고 간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집에 돈도 없거니와 보석도 없어서...가져갈게 없었겠지만...나름대로 깔끔히(?) 뒷처리를 하고 나간,창문만이 휑하게 열려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알수없는 공포감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물론 단순한 집털이라는 점에서 그나마...그나마...나는 다행으로 생각하고 신께서 나와 함께 하셨다라는 사실에 나는 알 수 없는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 마구마구 솟구쳤다.(최악의 상황은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이럴 때 일 수록 나는 웃을 일도 울을 일도 없는 날의 연속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임을 뒤는게 깨닫는다.)

하지만 내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쳤을때 그 집단에 속해있는 구성원들의 성격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 세 자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성과는 거리가 가장 먼...그녀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욕설을 퍼 부으면 잃어버린 자기 돈 3만원과 귀걸이를 가져간 양상군자를 증오하기만 했다.(이런 유형의 사람은 소위 단순무식형이라 할 수 있겠다.사태의 근본이나 해결책은 찾으려 하지않고 현상에만 집착하여 화만 내고 과격해지는...)

평소에는 이성적이다가도 큰 사건이 터지면 으레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며 주위의 모든 상황까지 현 사건과 결부시켜버리는 또다른 그녀는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서럽게 울기만 했다.(이런 유형의 사람은 소위 자기연민형이라 할 수 있겠다.이런 사람은 앞서 말한 단순무식형과는 정 반대로 사태의 범주를 지나치게 확장시켜 그로부터 원망할 무언가를 찾는다.그리고는 울다가 지쳐 잠들어버리는...)

나?

나는 어떠했는가?

처음에는 앞서 말한대로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지만...이럴때 일 수록 침착해져야 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분노와 서러움에 빠지지 않았다.나는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 뿐이었다.

...

과연 누구의 행동이 그나마 옳았던 것일까?

양상군자의 소행이 괘씸해서 증오하는 게 나을 것인가 아니면 언제고 이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믿고 사는 게 나을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해결책을 도모하는 게 나을 것인가...?

앞서 말한 둘은...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주장했다.

이유인 즉,단순무식형은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이고 자기연민형은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였다.전자는 물질적으로 억울하다는 것이고 후자는 심리적으로 억울하다라는 입장인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둘은 어제 밤 울다 지쳤는지 깊은 잠에 빠졌지만...

나는 밤새 뒤척였다.

창문에 혹 검은 그림자기 드리워지진 않을 까 하는 불안감에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무기력 하고 불안하게 만든건...그들의 지나친 감정적 대응이었다.

...어쩜 나는 내부의 적과 동침하고 있는 것일런지도...

...

12월 한 달을 무사히 그리고 감사히 보낼 수 있게...허락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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